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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즐거움/오려두는 글

[시] 박찬 유고 시집, 『외로운 식량』

by LoveWish 2008. 4. 28.
외로운 식량

이슬만 먹고 산다 하데요
꿈만 먹고 산다 하데요

그러나 그는 밥을 먹고 살지요
때로는 술로 살아가지요
외로움을 먹고 살기도 하지요

외로움은 그의 식량,
사실은 외로움만 먹고 살아가지요

외로움은 그의 식량이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운 잠 2

서산에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는 일은 쓸슬하다
하루 일을 마치고 일터를 나서는 일은 쓸쓸하다
뒤늦게 떠오르는 하현달을 보는 일은 쓸쓸하다
먼 산을, 먼 하늘을 응시하는 눈이 참 슬쓸하다
길게 그림자 드리워지는 뒷모습이 참 쓸쓸하다
그런 모습들을 바라보는 일이 참으로 쓸쓸하다

쓸쓸한 발걸음의 끝에 오는 잠이여 편안하여라
쓸쓸한 시선의 끝에 쏟아지는 잠아 편안하여라


오십줄

이러다 합죽이가 되겠다.
지난 세월 너무 옹다물고 살다보니
어금니에서부터 하나씩 뽑아낸 것이
이제는 오물거린다.

왜 말 한마디 하지도 않고
왜 큰소리 한번 치지도 않고
왜 소리내 한번 울지도 않고
왜 벌컥 화한번 내지도 않고
속으로 이만 앙다물고 살았을까.

별것도 아닌 세상,
별것도 아닌 일들인 것을,
죄 없는 이만 아프게 했구나.
그 핑계로 모두 뽑아버렸구나.
내 나이 오십줄에 벌써……


이 시집의 화자는 지금,
죽음 앞에 있다.
외롭다.
쓸쓸하다.
그러나, 죽음이 끝은 아니라 하더라.

'오십줄'이란 시 앞에서 그만 울컥, 아빠가 생각난다.

2007년 5월, 철없던 내가 말했다.
'아빠가 무슨 할아부지냐고, 고거 했다고 왜케 오래 아프냐고'

이제 2008년 5월, 조금은 철이든 내가 말하고 싶다.
'살아줘서 고맙다고, 이제 아빠도 말 좀 하고, 소리도 치고, 화도 내고, 울어도 보라고...'
그래도 괜찮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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