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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즐거움93

[시] 고요로의 초대 - 조정권 고요로의 초대 조정권 잔디는 그냥 밟고 마당으로 들어오세요 열쇠는 현관문 손잡이 위쪽 담쟁이넝쿨로 덮인 돌벽 틈새를 더듬어 보시구요 키를 꽂기 전 조그맣게 노크하셔야 합니다 적막이 옷매무새라도 고치고 마중 나올 수 있게 대접할 만한 건 없지만 벽난로 옆을 보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장작이 보일 거예요 그 옆에는 낡았지만 아주 오래된 흔들의자 찬장에는 옛 그리그 문양 새겨진 그릇들 달빛과 모기와 먼지들이 소찬을 벌인 지도 오래되었답니다 방마다 문을, 커튼을, 창을 활짝 열어젖히고 쉬세요 쉬세요 쉬세요 이 집에서는 바람에 날려 온 가랑잎도 손님이랍니다 많은 집에 초대를 해 봤지만 나는 문간에 서 있는 나를 하인(下人)처럼 정중하게 마중 나가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그 무거운 머리는 이리 주.. 2011. 3. 2.
[문장] 혼자라는 것, 그리고 함께한다는 것 혼자라는 것, 그리고 함께한다는 것 프레이리 "나는 스스로를 고립시킴으로써 나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다. 그러면서 나의 한계를 인식하게 되고, 고립을 통해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영원한 탐색에 관여하고자 하는 욕구를 인식하게 된다. 세계가 나를 필요로 하듯 나에게는 세계가 필요하다. 고립은, 더불어 사는 삶을 거부하지 않고 그것을 자신의 존재의 계기로 확인할 때에야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된다." 『망고나무 그늘 아래서』에서 발췌 '함께하기 위한 고립' 내가 생각하는 '다가가기 위한 경계'와 일맥상통한다. 혼자 조용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고 나면 더 잘 더불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2007년 8월 오려뒀던 글. 연말에 조용히 혼자 생각할 시간을 가지게 되면서 떠오른 글. 다시, 프레이리의 함께.. 2010. 12. 30.
'마라토너의 흡연'같은 나의 산책? 운동! 지난 8월에 고향에 내려갔다가 엄마로부터 살이 쪘다는 구박을 심각하게 받은 뒤로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석 전까지 어떻게든 몸 상태를 회복해 보려고 덜 먹고 더 걷기를 2주 정도 실천했다. 덜 먹기는 생각보다 힘들었으나(세상에 맛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더 걷기는 의외로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맛있게 먹고, 자주 걷는다. 나의 걷기가 재미있는 이유는 동네 덕분이다. 청운공원으로 걷다 보면 야경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걸을 때마다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걸을 때마다 들고 있는 폰으로 사진을 찍고 싶어진다. "기록 세우려고 마라톤 하는 거 아닌데요. 담배 끊을 바에야 마라톤을 왜 합니까? 저는 평생 담배 피우려고 마라톤으로 몸 다지는 겁니다." 2008/05/01 - [책읽기의 .. 2010. 9. 11.
당신과 당신의 도서관 다음 만화 당당도서관을 본다. http://cartoon.media.daum.net/series/list/yourlibrary 반짝반짝컬링부를 연재했던 곽인근의 만화다. 처음 나왔을 때부터 '오 도서관이 배경인거야? *_*' 눈을 반짝이며 봤다. 문헌정보학 전공하는 사람으로써, 도서관이 독서실로만 비쳐지는 것은 좋지 않지만, 만화의 감수성에 빠져들수록 연재일이 기다려진다. 만화의 내용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전에 1화에서 '모안나' 캐릭터가 나올 때 http://cartoon.media.daum.net/series/view/yourlibrary/2 도서관과 사서에 대해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바람에 '사서이마을(사서직취업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http://www.librarian.co.kr/32.. 2010. 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