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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즐거움/일상적 떠들기

개인의 기록

by LoveWish 2010. 4. 5.

블로그 제목이 긍정의 기록이다. 이 블로그에 포스팅 되는 글들은 어떤 정보를 담고 있다기 보다는 개인적인 기록의 성향이 더 강하다. 요즘은 특히 더 그렇다. 내가 좋아하는 특정 분야의 내용과 생각을 공유하고자 하는 것도 있지만, 단순히 나를 위한 기록의 기록도 있다. 때로는 급하게 떠오른 생각을 메모하고 싶어서 되는대로 적은 다음에 비공개 처리해 둔 글들도  있다. 그런식으로 어떻게든 기록으로 남기려고는 했다.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기록관리학도 관계가 있다보니 기록관리에 대한 관심도 있는데, 고작 내 개인적 기록들조차 어떻게 정리가 안된다. 기록의 중요성이나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한 글은 이미 이 곳에도 여러 차례 쓴 적이 있지만 막상 내가 느낀 그 중요성 만큼 뭔갈 제대로 하고 있진 않은 것 같다. 

이런식으로 '기록'에 대한 잡념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몇 해 전 신문에서 읽었던 기사가 떠올라서 다시 찾아보았다. 어떤 교수님이 자신의 총 수입, 총 지출, 소비한 담배, 술, 원고지 등의 항목들을 상세하게 기록해 7번째 '생애일지'를 발간했다는 내용이었다. 



보행수, 음주, 흡연, 골프, 소설, 영화, 세미나, 기조강연 등 항목은 <생애와 업적> 바인더에 애벌로 적었다가 월말에 제본된 노트에 정서해 옮긴다. 그렇게 함으로써 11살에 바나나를 처음 먹어봤다든가, 스물한 살에 비로소 외식을 했다든가 하는 사실들이 담겼다. 하루치는 1~2분, 월말 정리는 이틀, 1년 집계는 일주일 정도 걸린다.

“시시콜콜 정직하게 기록하면서 삶이 계획적이고 보람있게 바뀌고 말과 행동을 조심하게 됩디다.” 하지만 웃통을 벗고 길거리에 나선듯한 기분이 들고 ‘나를 위한 기록’이 아니라 ‘기록을 위한 나’가 된 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칠십 인생노트, 삶과 시대를 담다'. 한겨레. 2007. 02.>


꽤나 인상 깊었던 것 같다. 몇 해가 지나면서도 문득 문득 '그런 사람도 있었지'하며 떠오르곤 했다. 다시 기사를 읽어보니 기록광이자 수집광이기도 한 그가 수집한 자료들을 전주종이박물관에 기증해서 상설전시하고 있다고 하는데, 난 왜 작년에 전주종이박물관에 방문했을 때 그 자료들을 보지 못했을까.

갑자기 꼬리를 문 생각 때문에 별 쓸데없이 글이 길어지긴 했는데, 개인적인 기록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분들은 저 기사를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나는 20살 때 부터라도 마신 술 정도는 종류별로 기록해보면 어땠을까,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긴 읽었던 책 하나도 제대로 정리 못하는 걸 -_ -a ... 책보다는 술이 기록하기 어렵지? ㅋㅋㅋ 결국 헛소리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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