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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즐거움/일상적 떠들기

해볼까, 노쇼핑 프로젝트.

by LoveWish 2010. 6. 25.
2004년 2월, 서울에 이불 보따리 하나 달랑 들고 올라왔다. 원룸에서 시작한 자취생활은 그 후, 밥솥이 생기고, 컴퓨터가 생기고, 책들이 한 두 권 늘어가기 시작했다. 2005년 4월, 군복무를 마친 오빠놈이 서울 생활에 합류하면서 짐들이 더 불어나기 시작했다.


언젠가 떠나버릴 곳, 좁은 방. 물건에 대한 욕심히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굳이 집안에 들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짐은 자꾸만 늘어갔다. 특히 책. 오빠도 나도 책욕심은 어쩔 수가 없어서, 책이 꾸준히 늘어 어느 순간 좁은 집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오빠가 일단은 학업을 마쳤고, 당분간은 책이 더 늘어날 것 같지 않다. 나역시 당분간은 신간 정보에서 관심을 거둘 예정이다.

'필요'한 것들을 조금씩 들여가면서 '집'이 아닌 '방'의 삶이 더이상 불편하지 않아졌고, 내 머리가 굵어지고 '아르바이트' 등을 해서 모은 돈으로 어느 정도 '원하는'것은 나에게 스스로 '선물'할 수 있게도 되었다. 그러다 '원하는'것이 '필요'한 것을 종종 넘어서기도 한 것 같다. 

너무 많이 가진 것 아닐까. 아직은 '가진 것'도 없으면서, 지금 '가진 것'이 너무 과하지 않은가. 소비를 부추기는 환경, 소비하지 않으면 불안하게 만드는 세상에 휩쓸려 살진 않았는가. 필요 이상의 것들로 인해 오히려 불편하지 않은가. 능력 이상의 소비로 인해 힘들진 않은가. 
그러던 중 한겨레21의 '노쇼핑 프로젝트' 기사를 접했다. 해볼까, 노쇼핑 프로젝트. '노'까진 아니더라도, 1/2쇼핑 프로젝트만 되어도 성공이리라. 지금의 나에게 시기 적절하다. '노쇼핑'뿐만 아니라, '노푸드'까지 필요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엄마밥'을 찾아대며 기분을 좋게 해주는 먹거리들을 너무 많이 찾았다. 최근에 좀 과하게 먹었더니, 몸이 편하지 않다. 몸도 생활도 과한 공급은 좋지 않다. 지금의 나에겐 조금 덜 가지고, 조금 덜 먹을 필요가 있다. 

한동안 책과 음악으로 채우던 부분을 소비하고 먹는 것으로 채우고 있었던 것 같다. 구분하자면, 앞으로 한동안은 '지식'으로 채워야 할 것 같다. 다른 것들은 좀 줄이고 졸업논문 쓰는 데 집중하고 싶다. 그리고 이참에 집도 몸도 부피를 좀 줄여야 겠다. 2006년 신문을 구독하기 전까지 매 주 직접 사서 모았던 한겨레21 1년치부터 버려볼까. (ㅋㅋㅋ) 적절한 시기에 좋은 기사를 써준 한겨레21에게 ㄳ. '노쇼핑 프로젝트'에 개인적으로 조금씩 동참해 보려 한다. 


+ 25일 11시에 이 글을 쓰고 비공개로 저장 해뒀다. 그런데 난, 이 글을 쓰자마자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주문했다. 그리고 얼마 후, 후라이팬이 낡았고 제대로 된 냄비가 없다며 열심히 쇼핑몰을 뒤져 스텐으로 된 주방기기들을 장바구니에 꼼꼼하게 비교해서 담기까지 했다. ㅜ_ ㅜ 아 이게 다 뭔가. 흑흑흑. 27일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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