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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즐거움/순간적 통찰

기억의 아카이빙 (개인과 도서관의 기록, 보존, 활용)

by LoveWish 2010. 4. 26.

@love_wish 요즘들어 자주 적절한 어휘나 고유명사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나마 맥락과 상황은 잘 기억하는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것들이 제대로 떠오르지 않음을 느낀다. 방법만 가진 채, 축적된 지식이 없다면... 글쎄. 위태롭다.

@bodhisattva03 그걸 명확하게 표현해내려면 계속해서 의식적으로 그런 상황을 조성해서 말을 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잘하려면 매뉴얼을 만들어야겠지.원생이 같은 주제들로 텍스트들을 읽고 글을 쓰는 건 다 그런 이유. 글 쓰면서 정리하고 실제로 써먹고.

며칠 전 트위터에서 대화 내용.



아카이빙이 잘 되지 않는다. 이전 글, '개인의 기록(http://lovewish.tistory.com/198)'에서 이야기 했듯이 기록에 대한 중요성도 알고, 기록을 위한 기록도 한다. 그런데 나와 관련된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포괄적으로 아카이빙하는 건 내게 어렵다.

전자도서관 미래를 이야기할 때 디지털 아카이빙 없이는, 한시적 접근히 허용된 자료만으로는 도서관의 미래 자체가 위태롭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도서관은 저작권, 비용, 기술 등의 문제로 그 비싼 전자저널을 그저 접근에 허용된 서비스를 하고 있지, 일일이 다운받아서 축적하고 있지는 않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 개인도 전자도서관의 미래처럼 불안하진 않은가 하는 것. 

좋아하는 음악이 있다. 그러나 그것을 특별히 사 모아 두거나 제목만이라도 기록해 두지 않았다. 기억나는 것은 기억나는 대로, 우연히 어딘가에서 들려오면 들려오는 대로 그렇게 좋아한다. 그리고 웬만한 것은 스트리밍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관해야 할 건 mp3로 CD로 보관하고 있다. 그래, 소유하진 않더라도 접근을 위한 혹은 기억을 위한 리스트라도 필요한 것 아닐까? 

좋아하는 책이 있다. 책에 관해서는 좀 더 소유욕이 강해서 좋은 책은 어떻게든 소유하고 싶다. 그러다가도 지금의 내 환경을 고려하면, 그래도 내겐 도서관이 있지 하며, 소유에 대한 욕심을 누그러뜨린다. 책 역시 제목만이라도 기록하는 게 잘 되지 않는다. 기억나면 기억나는대로 서가에 꽂혀 있으면 꽂혀있는대로 내 주변에 존재한다. 그럼에도 반드시 소장해야 하는 것은 소장한다. 기억력의 한계로 잊혀질 지도 모르는 책에 대해서 리스트라도 만들어 둬야 하는 것 아닐까? 

아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그것을 특별히 정리하거나 기억하려 애쓰지 않는다. 단편적인 지식들은 그 상태가 더 심해진다. 언젠가 '맥락'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도 있지만, 어떤 지식들을 맥락만을 기억하게된다. 특정 인물의 이름이나, 특정 노래의 제목 등 검색창에서 맥락을 입력하면 금방 찾아낼 수 있는 이야기들을, 언젠가부터는 잘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다. 혹은 상황을 기억한다. 그러나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기억해야 할 지식은 어떻게든 기억이 되어 있다. 무엇에 대해서 '안다'라고 하려면 의식적으로 기억하려 애써야 하는 것 아닐까?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맥락만으로 표현하기엔 그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너무 많단 말이다. 

도서관도 마찬가지이다. 정말 중요하고 많은 자료들에 대해 온라인 접근점을 제시하고 있는데, 막상 그 실체를 소장하고 있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아주 중요한 많은 자료들은 실제로 소장하고 있는거다. 나도 이런 저런 많은 것들에 대해 접근점들을 가지고 있지만, 당장 나 혼자 만으로는 완전히 정리되지는 않는 상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중요한 건 또 정리해서 가지고 있는 상태. 

도서관도 나도 그 두 가지를 연결시켜주는 고리는 온라인인가. 소장과 접근 사이의 지점은 어디일까. 도서관은 그렇다. 누군가가 좀 더 찾으면, 혹은 사서들이 누군가에게 좀 더 노출시키려면 그것은 좀 더 쉽게 접근가능하도록 소장되어야 한다. 그럼 나는 어떤가. 누가 나에게서 어떤 것을 좀 더 찾으면, 혹은 나 자신이 누군가에게 좀 더 노출시키려면, 혹은 나 자신이 나에게서 부지런히 어떤 것을 더 많이 발견하려면 체계적으로 지식을 정리해야 할 수 있어야겠지.

그런데 또 여기서 문제점이 등장한다. 비용-효율의 문제. 도서관에도 나에게도. 주어진 환경 내에서 최대한 효과적으로 적절한 지점을 찾아내는 것. 그리고 그것을 통해 얻어지는 이용자의 만족, 혹은 나의 만족. 어렵다. 

아카이빙이 잘 안되는 나의 상태가 문제가 느껴질 정도로  심각해지면 그때는 정말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좀 더 사명감을 가지고 나와 관련된 주변을 정리해둬야만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때도 정말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가 비용-효율 적으로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나의 만족도 또한 그렇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그건 일단 보류다. 선결과제라는 것이 있다. 

어쨌든, 결론은 말이다, 도서관도 나도 최소한 '접근점'은 있어야 한다는 거다. 실체에 대한 소유까지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도, 접근점은 정리되고 표현되어야 한다. 그것이 지식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필요한 정보들을 관리하는 방법이다. 그것이 넘쳐나는 내 기억 자료들을 관리하는 방법이다. 어쩌면 이게 내가 문헌정보학을 공부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든다. 문헌정보학은 나를 위해서도 세상을 위해서도 필요한 학문인 것 같다. 나를 통해 만들어진 '접근점'이 정보소외계층에게도 전달되었으면 좋겠고,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나를 찾는 사람'에게도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푸하.



한 일주일 정도 전에 쓰다가 비공개로 닫아뒀던 글인데, 그냥 공개한다. 어차피 산만한 정신의 산물. 더 이상 다듬어 지지도 않을 것 같다. 그냥 저런 이상한 고민을 하고 있구나 정도로만, '이야기'로 들려졌음 좋겠다. 

이런 잡다한 생각을 전개하다 보니 갑자기 좋아하는 만화, 조경규의 '팬더댄스'가 생각난다. 잡생각의 대가다. 일상의 소소한 것들에서 재미있는 것들을 발견해 낸다! 하악하악. 동물이 등장하던 팬더댄스 시리즈에 이어 최근에는 사람이 등장하는 오무라이스 잼잼 연재를 시작했다. 좋다. 




아 이런 '진지한' 마무리. 내 스타일이다.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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