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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즐거움/일상적 떠들기

엄마의 응원, "시내야, 밝게 살아. 인생이 별거냐?"

by LoveWish 2008. 2. 12.

감기 몸살 한 번 심하게 앓았다고 당장 내일 죽을 사람처럼 의기소침해져 있었다. 2008년에 대한 의욕을 가지고 이것저것 막 시작하려 할 때라 그 몸살은 날 더 주눅이 들게 만들었다. 단순한 감기일 뿐인데도 건강에 대해 불안했고, 생활과 관련된 모든 의욕이 사라졌다. 나는 그 정도로 마음이 약해져 있었다.

그러던 중 엄마가 볼일이 있어서 힘들게 서울로 올라왔다. 아픈 게 서러웠던 나는 엄마 앞에서까지 지친 얼굴로 퀭하게 있었다. 물론 평소처럼 웃고 이야기하고 투정부리긴 했지만, 마음 깊이 자리 잡은 불안과 우울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만난 엄마랑 재미있게 돌아다녔다. 동대문운동장 벼룩시장에 가서 득템도 하고 시장의 활기도 느꼈다. 삶에 대한 의문이 생길 때 시장을 가는 건 좋은 일인 것 같다.

이틀 후, 엄마가 돌아가는 길에 영동지방엔 폭설이 내렸고, 걱정이 됐던 나는 계속 문자를 주고받았다.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다가, 엄마는 오랜만의 서울 나들이가 즐거웠는지, 아들딸이 서울에 있어서 다행이라며 이렇게 훌쩍 다녀올 곳이 있어서 좋다고, 또 오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엄마는 내 어두운 얼굴이 걱정스러웠는지 한마디 덧붙였다.

시내야 밝게 살아 인생이 별거냐?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그리고 어찌 보면 별로 특별한 내용은 아닐 수도 있는데, 난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뛰쳐 나가야했다. 뭔가 뜨거운 것이 가슴에서 북받쳐 올라왔다. 내 상황이, 그리고 그런 말을 해주는 엄마 상황이 어떤지 아니까 더 소중한 한마디였다.

'인생 별거' 엄마가 내 이름을 불러주고 '인생이 별거나'라고 이야기 해 준 것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인생 뭐 별거 있나?'의 '인생 별거'와는 달랐다.

잘 살고 싶은데, 사소한 것들을 이겨낼 힘이 없어 용기가 부족해 도망치고 우울해하고 귀찮아하던 나에게, 최근 정말 '별거' 있는 힘든 인생을 잘 마주해나간 엄마로부터 밝게 살라며 인생 별거 아니라는 이야길 들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인생별거'라는 표현이 내 인생에 이렇게 큰 위로가 될 줄 몰랐다.

고맙고 또 고맙고 정말 고마워, 엄마. 작은 거 하나에 기뻐하고 감사해 하고 아이처럼 즐거워하는 엄마 모습에 늘 감동하고 있어.

잘 살게...

2008년 1월 21일 작성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은 2008년 2월 7일, 설날! 엄마와 함께...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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