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읽기의 즐거움/테마가 있는 책

『비정규직』『4천원인생』으로 『부서진미래』...

by LoveWish 2010. 6. 8.

4천원 인생.


4천원 인생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쓰렸다. 한겨레 21 기자들이 각각 한 달 동안 식당 아줌마, 마트 노동자, 가구 공장 노동자, 단순 공정 공장 노동자로 살아가면서 쓴 생생한 기록이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기에, 수 많은 우리 엄마들, 친구들, 언니들, 삼촌들의 이야기이기에 그리고 3천원 인생을 살아본(짧은 미래에 다시 살게될 지도 모르는) 나의 이야기이기도 했기에. 괴로웠다.

'기자 당신들은, 한 달만 살아보고 말 인생 아니었소. 그래서 어쩌자는 거요.'라는 반문을 할 수도 있을 듯 싶으나, 그 이상의 의미가 훨씬 더 크다. 알아야 할 것 아닌가. 알기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불법사람' 노동일기를 쓴 전종휘 기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답을 내기보다는 문제를 제기하고자 했다. 언론의 구실은 답을 내기보다는 독자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이 세상의 단면들을 충실히 보여주는 게 첫 손가락이라고 생각한다.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황혼녘이 돼야 날개를 펴듯, 하나의 생각 혹은 철학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우선이다. 그러한 문제에 답을 내기에는 우리 사회가 아직 미성숙하고 문제인식의 공유 자체가 부족하다. 내가 의도한 바대로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들과 함께 한 한 달은 충분치 않았던 성싶기도 하고 기자로서의 내 열정이 모자랐다는 반성이 밀려온다.

p. 208


부서진 미래.




4천원 인생을 읽다보니 생각난 책이 있었다. 4천원 인생이 기자들이 직접 체험하고 쓴 취재일기라면, 부서진 미래는 다양한 곳에서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터뷰로 풀어나간 글이다. 가정복지도우미, 간병인, 노숙인, 건축설계노동자, 영화 스태프, 방송작가, 취업 준비생, 주유소 알바, 경비, 파견회사 사장, 기륭전자 노동자,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학습지 교사, 기간제 교사, 미등록 이주노동자, 비닐하우스 일하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05년의 이야기인데, 당시의 미래인 2010은 나아졌다고 할 수 있을까? 책 제목처럼 미래를 '부서진'이라고 수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그려진다.

일은 다 똑같은 걸 하는 거예요?
똑같은 일 하거나 대부분 원청 노동자보다 더 힘든 일을 하는데 돈은 엄청 적어요. 저는 기본급이 70~80만 원 돼요. 잔업 특근해도 100만 원이 조금 넘어요. 상여금도 1차는 6백 프로, 2차는 4백 프로, 3차는 2백 프로, 없는데도 있고. 그런 구조로 가고 있어요. 그러니까 1차는 원청을 부러워하고, 2, 3차는 1차를 부러워하고 그러는 거죠.

p. 270

비정규직.


비정규직의 유형은 다양하다. 기간제(일용직, 임시직, 계약직), 시간제(파트타임), 간접 고용(파견, 도급, 용역, 사내 하청), 특수 고용(프리랜서, 개인사업자) 모두가 비정규직에 포함된다. 시간 당 최저임금을 받는 아르바이트에서부터 전문적인 일을 하고 큰 돈을 받는 비정규직도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일자리에 의해서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것은 대부분의 비정규직이 해당되는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다. 비정규직, 대체 무엇인가. 무엇이 문제이기에 끊임없이 불안하고 열심히 일하고도 사람다운 생활을 보장받지 못하도록 하는가. 이 책을 읽으면 어느 정도의 개념은 잡을 수 있을거라 생각된다.

비정규직이 기업 경영에 유리한 것이라면 어째서 비정규직이 문제일까? 지금 시대의 경제 흐름에는 비정규직 고용이 어울린다는데 왜 왈가왈부하는 것일까? 그러나 아무리 비정규직 고용이 경제 활성화를 돕는다고 이야기되어도, 구직자라면 누구나 비정규직보다는 정규직을 원한다. 비정규직은 기업 경영에는 좋을지 몰라도 일하는 사람에게는 분명 바람직하지 않은 일자리인 것이다. 수량적 유연화와 비용 절감이라는 기업의 이점은 반대로 노동자에게는 고용 불안정과 저임금이라는 단점으로 작용한다.

p. 64

혹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계세요? 저도요.
책 같이 읽을래요? 함께 알면,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어요.



4천원 인생 - 10점
안수찬 외 지음/한겨레출판
부서진 미래 - 10점
김순천 외 지음/삶이보이는창
비정규직 - 10점
장귀연 지음/책세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