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1 [시] 지하철에 눈이 내린다 지하철에 눈이 내린다 윤제림 강을 건너느라 지하철이 지상으로 올라섰을 때 말없이 앉아 있던 아줌마 하나가 동행의 옆구리를 찌르며 말한다 눈 온다 옆자리의 노인이 반쯤 감은 눈으로 앉아 있던 손자를 흔들며 손가락 마디 하나가 없는 손으로 차창 밖을 가리킨다 눈 온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서 있던 젊은 남녀가 얼굴을 마주 본다 눈 온다 만화책을 읽고 앉았던 빨간 머리 계집애가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든다 눈 온다 한강에 눈이 내린다. 지하철에 눈이 내린다. 지하철이 가끔씩 지상으로 올라서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내리는 눈을 발견했을 때의 따뜻한 행복감이 시에서 느껴진다. 나도, '눈 온다'라고 행복을 나누는 말 한 마디를 하고싶다. 눈 내리는 날 한강을 건너는 지하철을 타는 것도 괜찮겠구나. 2007년 겨울인 듯.. 2009. 11. 1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