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쯤 다니면 내가 전공하고 있는 학문에 대해서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거 아닐까.
09학번 새내기들이 적어낸 학업 및 자기계발 계획서를 아주 살짜쿵^^ 살펴보다가, 의외로 녀석들이 우리 과에 진지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몇 달 전, 신입생 생활환경 조사에서 학과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 '적성과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등의 부정적인 항목에 체크를 했던 것을 많이 보았었기 때문에 더욱 의외이다.
나는 어떻게 문헌정보학에 발을 담그게 되었고, 1학년 때 무슨 생각으로 학교를 다녔을까. 난 09학번들처럼 '문헌정보학과'에 입학한 것이 아니라, '사회과학부'에 입학했기 때문에, 2학점짜리 단 한 과목 '문헌정보학의 이해'만으로는 우리과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진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당연히 사학과, 지리학과가 아닌 문헌정보학과에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무슨 매력에 빠져서?
지금은 '책'도 적지 않게(많이라고는 부끄러워서 차마 못 적겠다.) 읽는 편이지만, 대학교 진학하기 전에는 그렇게 책을 많이 읽는 학생은 아니었다. 다만 놀러 갈 곳이 없어서 택하는 장소로 도서관을 좋아하긴 했다. 읍내에 있던 도서관이 우리동네로 넘어와 개관하던 초등학교 O학년 때 오빠와 함께 1등으로 달려가, 아직 전산화되기 전에 1번 회원이 되기도 했다. 그 후로 도서관은 시골 학생이 꿈과 희망을 키우는 장소가 되...진 않았고, 친구들 만나고 시간 보내는 그러다가 책도 만나게 해주는 놀이터가 되어주었다. (놀이터가 더 멋지지? 안그래?)
중학교 들어가면서는 컴퓨터에 미쳐 지냈다. 시골 아이에겐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낯선 사람들과 소통하는 재미가 보통 쏠쏠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공부는 안하고 밤새도록 컴퓨터 통신에 빠져 지냈고, 고등학교 가서도 크게 다르지 않게 생활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수업시간에 잠 잔 기억이 대부분입니다.)
'컴퓨터와 책'이라는게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말 잘 어울리는 지점이 하나 있다. 바로 도서관이다. 문헌정보학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이렇게 어우러지는 곳이 있었다. 나는 그곳에 결국 잘 찾아오지 않았는가 말이다.
컴퓨터 + 책 <≒> 정보 + 도서관
"사서"
(이딴 기호가 세상에 있긴 한가? 암튼!ㅋ)
잘 찾아온 것 까진 좋았는데, 난 어쩌자고 대학원까지 가서 잘 못하는 공부를 하고 있는걸까. 1학기가 다 지나가고 있는데, 한 학기쯤 지나면 선명해질 줄 알았던 그림이 더욱 흐려지고 있는 느낌이다. 다시 처음 화두로 돌아가서, 대학원쯤 다니면 내가 전공하고 있는 학문에 대해서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거 아닐까.
대학원 입학하기 전에 간단하게 적었던 학업계획서가 있다. 그 때 어느정도 '문헌정보학에 대한 방향'을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내 꼴을 보면 그게 아닌듯 싶다.
내가 쓴 학업계획서를 읽으면서 손발이 오그라든다. 난 그때보다 후퇴한걸까? -_ -ㆀ 어쨌든 지금 반성하고 있는거니까. 후배들 덕분에 나를 돌아보게 되서 좋구나. 가끔 이렇게 의지를 다잡아 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나에게 문헌정보학이란? 내가 평생동안 즐길 대상.
(앗! 단순한 enjoy는 아닌 거 윗 글 보면 알겠죵?ㅋㅋㅋ)
푸념이 길었지만, 문헌정보학 공부할 수 있어서 햄볶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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