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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즐거움/일상적 떠들기

내 스타일

by LoveWish 2009. 12. 20.

아주 오랜만에 하루종일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새벽이다.
손에 잡히지 않는 과제를 생산성 없이 붙잡고 있느니 그냥 마음 편하게 놀고 싶지만,
그래 맞아, 할 건 해야 하는 거니까. 

그래도 지겨워 지는 건 어쩔 수 없어서, 
잠깐씩 뒹굴다가 다시 책상 앞에 앉고, 잠도 들었다가 깨고 그런다.
이번 주만 지나면 한동안은 이러지 않아도 되겠지.

책상에 쌓여있는 잡동사니들을 밀치고 노트북과 독서대를 간신히 두고 앉아있다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책장에 2년 전 유럽 여행 때 썼던 노트가 보여 펼치게 되었다.
그 노트에서 새삼 기록의 중요성을 또 느끼게 되는 페이지를 발견했다.

3일째


...
나는 직관에 많이 의존하는 사람이란 걸 알게됐다. 
확신이 서지 않을 땐 다른 무엇도 하고싶지 않아 한다. 
사고가 멈추어버린다. 직관에 확신이 서면 실천한다. 
여행은,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구나. 
내일부턴 더 힘내야지. 

아마 뮌헨에서 부정확한 지도를 들고 헤매다가 어떤 판단도 하지 못하고 멍해졌을 때 
저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리라.

그러고 보면 나는,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직관에 의존하며(얼마나 통찰력 있는 직관이냐가 관건이겠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땐 어떤 어떤 행동을 하거나, 말을 하거나를 잘 하지 못한다.
바로 바로 행동을 취하며 그 중에 나은 길을 찾아가는 방법을 선택하지 못한다.
(난 지금도 끊임없이 부정확한 언어들로 표현되는 이 글이 못마땅하다.)

그래서 나의 표현은 더욱 더딘 편인 것 같다. 

이러한 내 모습 역시 예전의 글 하나를 찾고 기억을 떠올리고 요즘의 내 상태에 적용해 보고 나서야 
이렇게 글로 쓰고 있으니 말이다. 

내 방법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나이므로, 그리고 나역시 노력하고 있으므로......

더 이상 복잡하지 말아야지. 
이렇게 뱉어내고 나니 한결 가벼워진다.

가볍게, 가볍게, 가볍게, 가볍게, 가볍게,
이왕 놔버린 정신줄, 마음도 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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