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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의 즐거움/조금 긴 소개

정이현, 『너는 모른다』나는 너를, 너는 나를 얼마나 아는가?

by LoveWish 2010. 1. 21.


정이현의 '너는 모른다'.


정이현의 책은 처음이다. 드라마로 더 유명해진 '달콤한 나의 도시'가 재미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굳이 찾아서 읽어보지 않았다. 그런데 '너는 모른다'라는 새 장편소설의 제목과 '나는 너를, 너는 나를 얼마나 아는가?', '도시적 감수성의 작가 정이현이 파고든 인간관계의 본질'이라는 문구에 혹해 이건 꼭 읽어보고 싶었다.

등장 인물들의 이름.

책을 읽을 때 나는, 등장 인물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 책은 주요 등장 인물들의 이름이 또렷하게 기억에 남았다. 초등학생 아이가 실종되면서 벌어지는 가족들의 이야기인데, 없어진 아이 유지를 기준으로 아빠 김상호, 엄마 옥영, 이복누나 은성, 이복오빠 혜성, 엄마의 남자 혹은 아빠 밍밍, 그리고 이들 가족을 3자의 입장에서 관찰하는 사설탐정 문영광. 이름이 자주 언급되기도 하거니와, 추리 형식의 전개 때문에 인물들을 쫓다보면 기억하게 되는 것 같다.

나는 너를, 너는 나를 얼마나 아는가?

읽을수록 결말이 궁금해져서 한번에 읽긴 했는데, 읽는 내내 마음이 가라앉았다.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 살지만, 그들은 서로를 모른다. 유지가 없어짐으로 인해 서로를 조금은 알게 되는 기회가 생긴 것 같기도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서로를 모른다는 것이 드러날 뿐이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서로를 알아갈 여지가 생기게 된 것 아닐까. 소설을 읽는 내내 가라앉았던 마음이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묵직하다. 나는 너를 모른다. 너는 나를 모른다. 우리는 서로를 모른다. 아무도 아무를 모른다. 그러나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 그리하여 노력할 지점을 알게되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게 우리는 '산다'.


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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