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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즐거움/오려두는 글

[시] 혁명 - 송경동

by LoveWish 2010. 2. 1.


혁명
송경동

나는 자꾸 뭔가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 묵은 전화번호부를 뒤적거려봐도
진보단체 싸이트를 이리저리 뒤져봐도
나는 왠지 무언가 크게 잃어버린 느낌이다
그것이 무엇일까 공단 거리를 걸어봐도
촛불을 켜봐도, 전경들 방패 앞에 다시 서봐도
며칠째 배탈 설사인 아이의 뜨거운 머리를 만져봐도
밤새 토론을 하고 논쟁을 해봐도
나는 왜 자꾸 뭔가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까

조용히 눈을 감아본다
분명히 내가 잃어버린 게 한 가지 있는 듯한데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송경동 시집,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中



이시영의 시를 처음 접했을 때 세상에 시보다 시같은 신문 기사 문구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송경동의 시를 접하니, 세상에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신문기사보다 더 많은 진실을 드러내 보이는 시가 있구나 싶다.

시집의 처음에 있는 시 혜화경찰서에서, 표제작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촛불 연대기,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 있는 시 당신은 누구인가 등이 나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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