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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의 즐거움/조금 긴 소개

『책만 보는 바보』看書痴 이덕무를 아시나요?

by LoveWish 2008. 2. 22.


김남일씨가 쓴 冊이라는 책을 읽다가 이덕무를 알게 되었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슬픔이 밀려와 사방을 둘러봐도 막막하기만 할 때에는 그저 땅을 뚫고 들어가고 싶을 뿐, 살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나에게는 두 눈이 있고 글자를 알기에 한 권의 책을들고 마음을 위로하면, 잠시 뒤에는 억눌리고 무너졌던 마음이 조금 진정된다."

  "흰 좀벌레 한 마리가 나의 이소경離騷經에서 추국秋菊, 목란木蘭, 강리江籬, 게거揭車 등의 글자를 갉아먹었다. 처음에는 너무 화가 나서 잡아죽이려 했는데, 조금 지나자 그 벌레가 향기로운 풀만 갉아먹은 것이 기특하게 여겨졌다."

이덕무, 『책에 미친 바보』, 권정원 옮김, 미다스북스, 2004.

읽고 있던 책의 저 문장에서도 풀 향이 날 것만 같았다.
문장이 이렇게 향기로울 수 있구나 싶었다. 내 주변을 감싸는 그런 기운? ㅋㅋ
두근두근.
조선시대, 책에 미쳤던 한 사람의 이야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덕무 책을 꼭 사서 봐야지 봐야지 하고 있다가 얼마 전에 드디어 손에 넣었다.
아쉽게도 저 문장이 들어있을 미다스북 것은 절판이 되었고,
보림 출판사에서 2005년에 나온 『책만 보는 바보』가 있었다.
ㅋㅋㅋㅋ 책에 미친 바보나, 책만 보는 바보나...
(책만 보는 바보는 안소영씨가 간서치전을 소설 형식으로 새롭게 꾸민 내용이다.)

오랜만에 한 장 한 장이 넘기기 아까운 책이 손에 들어와있다.
자기 전에 한 파트씩만 읽을거다.
왜, 그런 책이 있지 않은가? 아까워서 한 문장 읽고 덮었다가 느끼고 생각하고 응시한 다음에야 다시 다음 문장을 읽어야 하는..... 이 책이 그랬다. 얼마나 따뜻하던지... 푸하 =_=

왜 서양의 철학자나 사상가의 책을 읽고 따라서 사유해보려고만 생각해 왔을까?
이렇게 가까이에 좀더 쉽게 공감할 수 있고, 옛 학자의 (더군다나 책을 사랑하는!)마음이 느껴지는 책이 있었는데...

사실 최근에, 몽테뉴에 빠져서(단지 시험 기간에,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소중한 존재이다.'라는 몽테뉴의 이야기로부터 위안을 받았다는 것 때문에) 이것저것 그와 관련된 책들을 찾아보고 박홍규씨가 몽테뉴와 그의 엣세에 대해 적은 책까지 사놓고 보다가, 왜 서양의 이야기만 그렇게 좇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서양의 이야기만 좇았다기 보다는, 우리것에 대한 관심이 그만 못했던 거겠지만. 어쨌든! 물론 몽테뉴의 책도 너무 좋고, '나는 무엇을 아는가'전질을 언젠가는 읽고 싶다. 하지만 이덕무를 먼저 읽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분명 우리나라에도 나에게 큰 위안을 안겨줄,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줄 만한 이야기를 한 사람들이 있을텐데...

그러고 보면 난 어린 시절 우리나라 고전을 퍽 좋아했다. 작은 공공도서관에 간 초딩은 주로 봉이 김선달, 허생전 뭐 이런걸 좋아했다. (딱히 더 기억이 안나네 ㅋㅋㅋ) 나중엔 소설 토정비결 같은거 읽고 행복해 하고 그랬던.... ㅎ

뭐 암튼 잡소리가 길어졌지만.... 이 책은 정말 강력 추천 >_<♡

책만 보는 바보
안소영 지음/보림


2006년 11월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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