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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의 즐거움/조금 긴 소개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 그리고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by LoveWish 2008. 2. 6.

시작

나로 말하자면 마음속으로 아빠를 떠나는 연습을 매일 하고 있었다. 시작은 아빠의 결혼식장에서부터였을 것이다.



그때 나는 알게 되었다. 비로소 내가 온전히 혼자라는 것을, 그리고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최근의 내 모습을 건드렸던 부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 엄마는 그걸 운명이라고 불러‥‥‥. 위녕, 그걸 극복하는 단 하나의 방법은 그걸 받아들이는 거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거야. 큰 파도가 일 때 배가 그 파도를 넘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듯이, 마주 서서 가는 거야. 슬퍼해야지. 더 이상 슬퍼할 수 없을 때까지 슬퍼해야지. 원망해야지, 하늘에다 대고, 어떻게 나한테 이러실 수가 있어요! 하고 소리 질러야지. 목이 쉬어 터질 때까지 소리 질러야지. 하지만 그러고 나서, 더 할 수 없을 때까지 실컷 그러고 나서‥‥‥ 그러고는 스스로에게 말해야 해. 자, 이제 네 차례야, 하고."

"엄마‥‥‥, 사랑해‥‥‥. 엄마는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엄마야."
나는 엄마도 따라 죽을까 봐 실은 겁이 났던 거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공지영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예전에, 「고등어」나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같은 공지영의 초기 소설은 제목만 알았지, 어느 오래된 작가의 옛날 책인가 싶어 읽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처음 읽게된게 「봉순이 언니」였을 거다. 그저 재미있게 읽었다. 그 후 언론에서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에 대해, 10년 만에 발표하는 공지영의 두 번째 산문집이라며 떠들어 대길래 낚여서 읽었고, 공지영이라는 사람에 대해 궁금해 지기 시작했다.

베스트 셀러를 그닥 좋아하지 않던 나는 한참 뒤에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게 되었는데, 그제서야, '아 공지영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쨌든 당시에 언론에서 접한 공지영 관련 기사엔 그녀의 개인사가 빠지지 않았는데, 그런 기사들을 읽다보니 도대체 공지영이란 사람 어떤 사람일까 하는 관심이 생겼다. 후에, 도서관에서 우연히 『작가세계』 공지영 편을 읽고, 그녀에 대해 조오금 알게 되었다.

어쨌든 나는 우행시에서 그것이 누가 쓴 글인가를 떠나서 강렬한 무언가를 느꼈다. 그런데 즐거운 나의집은 좀 다르다. 공지영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면서도 알게 모르게 그녀에 대해 들은 그녀의 개인사를 나는 기억하고 있었고, 자신의 이야기인 것을 밝히고 쓴 소설이라는 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즐거운 나의 집」을 읽는 동안 불편했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으면서도 특별한 이야기를 이렇게 표현해내긴 정말 어려운 것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진부한 느낌이 들었다. 자꾸만 떠오르는 '위기철'씨 생각도 귀찮았다. 소설이긴 하지만, 사회적으로 알고 있는 누군가의 사실에 기반한다는 것이 나는 불편했던 것 같다. 

정말 특별한 그 개인 가정의 일이면서도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누구든 어느 정도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는 점, 분명 설득력 있는 이야기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좋지 않았다. 지금 나는 어느 정도의 '환상'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러니까, 불편했던 이유는 어느 정도의 환상이 필요한 나에게 이 소설은 실명까지 거론되는 지극한 현실이었다는 거다. 현실처럼 느껴지는 소설이 아닌,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는 이 현실일거란 생각이 싫었다. 만약 이 이야기가 다른 누군가에 의해 소설로 지어진 것이었다면 느낌이 좀 달랐을 것 같긴 하다.

그래도 알 수 있었다. 내가 스무 살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펑펑 울고, 나와 가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멋진 책이라고 극찬을 했을 지도 모르겠다. 지금 내가 그렇지 않다는 것, 그리고 어느 정도 마음이 불편하다는 것은 내가 조금은 성숙한 증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이제 이 정도 현실은, 슬픔은,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내 상태가 이 책을 읽는 동안 이랬다는 것일 뿐, 어떤 누군가에겐 이 책이 정말 소중한 한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즐거운 나의 집을 바란다.

한 줄 요약 : 좋은 책이다. ~ 나에게 최고는 아니었다!

ps. ㅋㅋㅋ 이 책에서 위녕이 공부를 못하는 걸로 나오고, 그것으로 인해 자책도 많이 하는데 결국 그녀는 지방에 있는 '교원대학교'에 진학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 정도 성적은 된단다. 음... 공지영의 기준이겠지만 말이다~ ㅋㅋㅋㅋㅋㅋ 걍 생각나서 ... 후후

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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