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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45

『9월의 4분의 1』지금까지 읽은 일본 소설 중에... 오사키 요시오의 『9월의 4분의 1』 일본 소설을 그렇게 많이 읽은 편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일본 소설 중에 최고로 손에 꼽게 될 것 같다. △보상받지 못한 엘리시오를 위해, △켄싱턴에 바치는 꽃다발, △슬퍼서 날개도 없어서, △9월의 4분의 1. 이렇게 총 네 편으로 구성된 소설집이다. 이게 그러니까 단순한 러브 스토리가 다가 아니더란 말이지. '보상받지 못한 엘리시오를 위해' 대학 체스 동아리 회원인 야마모토, 요리코, 다케이의 이야기. 야마모토는 겉보기에 출세 가도를 정석으로 밟아가는 요리코나 다케이와는 달리 누가 봐도 비생산적인 '체스' 그 자체에 몰두했다. 그런 야마모토가 난 좋았다. ↓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상급 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코스라고 한다면 대학은 장소 그 자체에 목적을 두고 싶.. 2009. 7. 26.
김현진, 『그래도 언니는 간다』. 나도 간다. 내 스무살의 생일 날 오빠가 김현진의 『불량소녀 백서』를 선물해줬었지. 어쩌면 나는 오빠를 통해 '여자'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에 눈 뜬 것일 수도 있는데, 그런데도 오빠는 내 앞에서 비판 당하는 입장을 면치 못한다. '어디가서 페미니스트라고 꼴깝 떨고 다니지 마라, 니가 뭘 아냐.'라는 내 한 마디에 오빠는 닥쳤다. 그래도 자기는 '마초'는 아니라고 이야기 하고 다니더라. 그러고는 '휴머니스트'라고 한다던가? 전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휴머니스트예요. (p.17) 김현진은 이야기 한다. '그래도 언니는 간다'의 두 번째 이야기, "전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휴머니스트예요"에서 많은 여자들이 "전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휴머니스트거든요."라고 말하는 것은 달리 말하면, "절 미워하지 마세요. 전 당신에게 미움.. 2009. 7. 6.
뜻밖의 위로, 『친절한 복희씨』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고 집에서 밥을 제대로 챙겨 먹은 것도 아니며 그나마 지각 없이 학교를 오가고 있던 어느 주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일주일 동안 현실로부터 살짝 비껴 떠다니다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현실로 살포시 돌아올 수 있게 되었을 무렵 2% 채워지지 않은 공허함에 방바닥을 긁다가 책장에서 '친절한 복희씨'를 발견했다. "웃을 일이 없어서 내가 나를 웃기려고 쓴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다. 9개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1970년 불혹의 나이에 등단했는데, 그럼 이 책이 나올 때는 연세가 어떻게 되셨지, '아, 소설가 할머니가 되면 이런 글을 쓸 수 있구나. 므찌다 므찌다 므찌다' 생각했다. 젊은 작가들의 단편 소설을 읽을 때와는 또 다른 .. 2009. 6. 2.
『점선뎐』멋진 여자 김점선을 그리다. 3월 9일, 아주 조금 특별한 그 날, 내 친구 지영은 2008년에 이어(http://lovewish.tistory.com/54 참고) 올해도 나에게 책을 선물해 주었다. 센스쟁이 답게 읽고 싶었던 신간 점선뎐이었다. 이 책은 점선답게 써내려간 자서전이다. 책을 아껴두었다. 3월 25, 26, 27 나는 학과 아이들과 지방으로 필드트립을 떠나게 되었고, 이 책과 함께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무척 길었고, 자연스럽게 점선뎐에 빠져들었다. 원래 멋진 여자인 줄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줄을 몰랐더랬지. 그 뜨거움에 그 치열함에 그 기이함에 그러나 그 따뜻함에 소란스러운 버스 안에서 나혼자 참 많은 생각을 했다. 김점선에 대해 생각하고 나에 대해 생각하고 다시 김점선에 대해 생각했다. 2박 3일에 .. 2009. 4.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