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고
집에서 밥을 제대로 챙겨 먹은 것도 아니며
그나마 지각 없이 학교를 오가고 있던 어느 주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일주일 동안 현실로부터 살짝 비껴 떠다니다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현실로 살포시 돌아올 수 있게 되었을 무렵
2% 채워지지 않은 공허함에 방바닥을 긁다가
책장에서 '친절한 복희씨'를 발견했다.
"웃을 일이 없어서 내가 나를 웃기려고 쓴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다. 9개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1970년 불혹의 나이에 등단했는데, 그럼 이 책이 나올 때는 연세가 어떻게 되셨지, '아, 소설가 할머니가 되면 이런 글을 쓸 수 있구나. 므찌다 므찌다 므찌다' 생각했다. 젊은 작가들의 단편 소설을 읽을 때와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재미있고, 감동적이고, 아스라히 따뜻하다. 내가 잘 모를 시절의 이야기도 있지만, 내가 아직 겪어보지 못한 어른들의 이야기가 있지만, 어른 혹은 가족 사이에서의 관계 등에서 공감할 만한 상황들이 속속 있었다. 이런 이야기들을 읽음으로 해서 내가 그런 상황에 놓였을 때, 그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는거겠지.
이렇게 책은, 내가 어떤 상황에 있어도 불쑥 불쑥 나타나 힘을 준다.
내일은 또 어떤 책을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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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복희씨 - 박완서 지음/문학과지성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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