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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응원, "시내야, 밝게 살아. 인생이 별거냐?" 감기 몸살 한 번 심하게 앓았다고 당장 내일 죽을 사람처럼 의기소침해져 있었다. 2008년에 대한 의욕을 가지고 이것저것 막 시작하려 할 때라 그 몸살은 날 더 주눅이 들게 만들었다. 단순한 감기일 뿐인데도 건강에 대해 불안했고, 생활과 관련된 모든 의욕이 사라졌다. 나는 그 정도로 마음이 약해져 있었다. 그러던 중 엄마가 볼일이 있어서 힘들게 서울로 올라왔다. 아픈 게 서러웠던 나는 엄마 앞에서까지 지친 얼굴로 퀭하게 있었다. 물론 평소처럼 웃고 이야기하고 투정부리긴 했지만, 마음 깊이 자리 잡은 불안과 우울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만난 엄마랑 재미있게 돌아다녔다. 동대문운동장 벼룩시장에 가서 득템도 하고 시장의 활기도 느꼈다. 삶에 대한 의문이 생길 때 시장을 가는 건 좋은 일인 것 같다.. 2008. 2. 12.
글쓰기의 즐거움 마음에 드는 글이 써진 날에는 방안에서 혼자 덩실덩실 춤을 추고는 집 밖으로 나가 고개를 까딱거리며 산책을 하다가 나무를 올려다보며 방긋 웃어주고 싶다. 경북 울진군 [불영사]의 가을 풍경 2008. 2. 9.
긍정의 기록 하나,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스스로도 마음이 많이 단단해졌다고 생각하던 때에 다시 던져진 이 질문은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이제와서 이렇게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화두라니, 나더라 그 수많은 생각을 다시 하라고? 싫다 정말... 하지만 이미 던져진 질문은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4년 전에 처음 서울로 올라와 새로운 삶을 시작할 때 던져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지금 내게 다시 던져진 질문,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분명 질적으로 다르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4년전의 '?'는 낯선 환경과 생활을 어떻게 내가 적응하고 받아들이며 살아야, '내가 나일 수 있을까.'를 위한 질문이었다면, 최근에 다시 던져진 '?'는 걱정 많고 자주 불안해 하지만, 능동적이고 창의적으.. 2008. 2. 9.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 그리고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시작 나로 말하자면 마음속으로 아빠를 떠나는 연습을 매일 하고 있었다. 시작은 아빠의 결혼식장에서부터였을 것이다. 끝 그때 나는 알게 되었다. 비로소 내가 온전히 혼자라는 것을, 그리고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최근의 내 모습을 건드렸던 부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 엄마는 그걸 운명이라고 불러‥‥‥. 위녕, 그걸 극복하는 단 하나의 방법은 그걸 받아들이는 거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거야. 큰 파도가 일 때 배가 그 파도를 넘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듯이, 마주 서서 가는 거야. 슬퍼해야지. 더 이상 슬퍼할 수 없을 때까지 슬퍼해야지. 원망해야지, 하늘에다 대고, 어떻게 나한테 이러실 수가 있어요! 하고 소리 질러야지. 목이 쉬어 터질 때까지 소리 질러야지. 하지만 그러고 나서, 더 할 수 .. 2008. 2. 6.
정한아 장편소설 『달의 바다』, 꿈꿔왔던 것에 가까이 가본 적 있어요? 꿈꿔왔던 것에 가까이 가본 적 있어요? 그건 사실 끔찍하리만치 실망스러운 일이에요. 희미하게 반짝거렸던 것들이 주름과 악취로 번들거리면서 또렷하게 다가온다면 누군들 절망하지 않겠어요. 세상은 언제나 내가 그린 그림보다 멋이 떨어지죠. 현실이 기대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일찍 인정하지 않으면 사는 것은 상처의 연속일 거예요. 나중엔 꿈꿨던 일조차 머쓱해지고 말걸요. (시작문단) 감기랑 같이 산 책, 『달의 바다』 제 12회 문학동네 작가상 수상작이다. 신문에서 책 소개를 읽고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책을 읽는 내내 신문 기사를 읽지 않고 읽었더라면 더 좋았을 뻔 했다는 생각을 했다. 줄거리 때문에 스포일러 당한 기분이었다. ㅋ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내내 좋았다.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적.. 2008. 2. 6.
장서표를 아시나요? 남궁산의 장서표 이야기 「인연을, 새기다」 장서표를 아시나요? 한겨레 신문에서 가장 재미있는 섹션은 목요일마다 나오는 Esc이다. 한겨레 신문에서 가장 좋아하는 섹션은 토요일마다 나오는 Book섹션이다. Book섹션을 읽다보면 늘 나를 낚는 글이 있다. 어김없이 한 주에 한 두 권은, 읽거나 사야할 책 목록에 책을 추가하게 만드는 책 소개 글. 언제부턴가 나를 낚는 글을 쓰는 사람이 일정하다는 걸 인식하게 되었다. 바로, 문학전문기자 최재봉. 최재봉. 이 책도 그의 글로부터 만났다. 판화가 남궁산은 '장서표'판화를 국내에 소개했고, 장서표 전시를 기획하고 장서표만 모아서 두 번의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이 책은 남궁산이 장서표를 선물한 시인, 작가, 학자 위주로 그들과 장서표에 대한 간결한 이야기 모음집이다. 남궁산은 이 책을 '왜 아무개의 장서.. 2008. 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