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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즐거움/일상적 떠들기

#1. 졸업을 앞둔 88만원 세대의 불안

by LoveWish 2009. 2. 21.
  나는 88만원 세대다.

   '88만원 세대'라는 개념이 계급 문제에 대한 한계를 가지고 있는 세대론에 국한된 것이긴 하지만, 현재 졸업을 앞둔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주변 친구들을 표현하기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04년도에 시골에서 서울로 대학에 진학했고, 07년도에 1년 동안 휴학을 하고 지금은 내일 모레 졸업을 앞두고 있다. 한줄로 현재의 나를 다시 규정지어보면, IMF때보다도 더 취업하기 어렵다는 시기를 살고 있는 졸업예정자이다.
 
   나는 문헌정보학을 전공했다.

  누구보다도 전공을 사랑하고, 무슨일이 있어도 사서가 되고싶다. 사서는 전문직임에도 불구하고 그 전문성에 비해 사회적 인식이나 임금의 면에서도 홀대받고 있다. 이는 그만큼 사서직의 경우 비정규 일용직이 보편화 되어있고, 정말 88만원 세대를 대변할 만한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대학교? 열심히 다녔다.

  시골에서 올라와 빠듯한 생활에 서울에 홀로 부딪혀 가면서도, 학생회며 학과 공부며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 멋진 경험도 하고, 학과 성적 역시 나 공부좀 했소 하고 내놓고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될 정도는 되며, 장학금도 꽤 받아 부모님의 짐을 조금은 덜어드리기도 했다.


  남들 다하는 영어공부는 뒤늦게 시작하긴 했지만,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전공관련 컴퓨터 공부나 책읽기 등은 소흘히 하지 않았다. 여러 면에서 내가 하고싶어 하는 일을 할 정도의 자격은 갖추고자 노력했다.

  내 이야기를 벗어나 주위를 둘러보아도, 내 친구들 또한 각자의 삶에서 모두 열심히 대학 생활을 했고 어디내놔도 손색없을만큼의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본다.

졸업을 앞둔 이들의 얼굴이 썩 밝지만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지금, 이렇게 불안하고 답답한가.

  4년동안 공부하며 갈고 닦은 실력을 세상에 펼칠 생각을 하며 두근거리거나 설레어 하기보다는 왜 당장 졸업이 두렵게 다가오는가. 이 와중에도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그래 요즘엔 처음부터 정규직 되기 힘들다더라, 계약직으로 시작해서 1~2년 경력좀 쌓은 다음에 더 좋은곳으로 옮기는 방법을 선택하자'라고 마음을 다잡아보기도 한다.


  비정규직으로 일단 4~5만원, 혹은 월급 100만원 주는 일자리에 취직을 한다고 생각해도, 대부분의 경우 처음 몇 년 동안은 정말 계산이 안나온다. 학교 다니면서 학비 충다하느라 받았던 학자금 대출금도 다달이 빠져나갈테고, 그래도 돈 벌기 시작했다고 사회인이라고 씀씀이는 학생때보다 늘어날 것이고, 그와중에 또 더 좋은곳으로 이직해야 하니까 자기계발이랍시고 공부하는데 돈이 또 들어갈 것이고. 집에도 한두푼 내놓아야 할 것이고. 그러면 한달에 얼마나 저축할 수 있을까.

  꿈을 열심히 노력한 우리는 무엇 때문에 날개를 활짝 펼쳐야 할 시기에 비바람부터 맞아움츠러들어야 하는걸까. 과연 이건 '내'가 부족해서일까? 개인의 문제일까?

  우리는 행복한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졸업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좋은 소식'이 들려오는 졸업 동기는 드물다. 우리는 행복한걸까? 무엇을 향해 살고 있을까. 우리 상황의 문제점들의 좀 더 사회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고 해결책을 찾아보려는 노력은 하고 있는걸까?

  이 글은 몇 달 전에 진로 결정을 앞두고, '88만원 세대의 대학원 진학'이라는 제목으로 적다가 놔둔 것을 손 본 것이다. 대학원 진학이라는 결정을 내린 나의 이야기에 앞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있는 대부분의 졸업 예정자들의 이야기를 따로 적어보고 싶었다. #2. 에서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게 된 과정과 현재 마음가짐을 좀 더 주절거려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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