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읽기의 즐거움/요즘 읽은 책

구경미 소설, 『게으름을 죽여라』.. 게으르면 어때.

by LoveWish 2010. 7. 6.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도, 한없이 게을러지는 내가 보였다.
자신이 없는건가, 열정이 부족해서인가. 움직여야 할 '필요'를 아직도 덜 느껴서인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나에게 붙어 짓누르고 있는가.

이런 생각들이 깊어지던 때였다.
그럴 때 내가 하는 일은, 커피 마시기, 걷기, 음악 듣기, 잠자기, 책보기, 서점 구경하기.

책보다가 잠이 들었다가,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 커피를 마시며 걷다가, 음악을 들으며 서점을 구경하던 날이었다. 광화문 교보문고가 아직 공사중이라, 영풍문고에서 슥슥 책을 훑고 지나가다가 구경미를 발견했다. 아 이 분, 백수소설의 대가(『노는 인간』). 심지어 새 책 제목은 '게으름을 죽여라'. 
 
장편소설 '라오라오가 좋아'와 함꼐 놓여 있었다.
한 권만 사자니 아쉽고, 두 권을 사자니 부담스러워 일단 집으로 돌아왔다.
두 권 다 학교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을 해 놓고 기다리려 했으나....
'게으름을 죽여라'는 빨리 읽어야만 할 것 같더란 말이지.

어제 오전 10시 50분에 그래24에서 주문 했는데, 오후 5시 정도에 책을 받았다.
말로만 듣던 당일 배송을, 실제로 하고 있었던 거다. 인터넷 서점은 게으르지 않구나.



이것은 뜻밖의 상황이다. 마음의 이러한 변화는 예상하지 못했다. 어쩌면 나는 좀 지쳤는지도 모른다. 여기서 지쳤다는 거은 힘의 소진이 아니라 변화 없는 일상의 권태를 말함이다. 권태는 내 삶의 적이다. 나는 내 삶의 계획을 수정하고 싶지 않다.

해방 사흘째 되는 날, 오전부터 종합병원으로 간다. 어제도 하루 종일 권태를 물리칠 수 있는 자극을 찾아다녔다. 나는 내가 절박한 심정도 되지 않고 절망도 할 수 없는 것이 자극이 없어서라고 결론내렸다. 적절한 긴장을 삶의 활력소가 되는 법, 그동안 살아오면서 긴장감이 다 닳아버렸는지도 모른다. 종합병원으로 가는 것은 생사를 넘나드는 사람들을 보며 삶의 긴장을 되찾기 위해서다.
'일주일' 中 p.93



할머니의 넋두리였다. 할머니가 그렇게 말할 만도 했다. 집으로 돌아온 뒤 나는 주로 잠을 자며 시간을 보냈다. 모든 게 다 시들했다. 구직활동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내 마음이 편했던 것은 아니었다. 몸은 잠을 자고 있어도 마음은 늘 불안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 때문에 안절부절못했다. '무능력'과 '게으름'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아무런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이 이율배반적인 심리상태를 설명할 길이 없어서 아예 입을 닫아버렸다.
'게으름을 죽여라' 中 p.137


아... 뭐, 나는 여전히 게으르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게으르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이렇게 내 게으름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 뿐. 
('게으름을 죽여라'의 주인공처럼 입을 닫아버리진 않았다.)

그러나 이 포스팅도 책 이야기는 없고, 책을 만나게 된 상황과 책을 읽고 난 후의 나에 대한 맥락만 있을 뿐.그래, 리뷰는 아니니까, 뭐.
(게으른 사람들 한테는 이런 식으로 이 책에 대한 어필이 더 될 지도 몰라..)


나는 지금 불안감을 동반한 게으름을 겪고 있는데, 어제 밤에 잠들기 전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 혹은 밑도 끝도 없는 것을 생각만 하고는 선택하거나 행동하지 않아서, 불안한 거란걸 알게되었다. 일단 `해야` 한다." 하지 뭐, 까짓.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