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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즐거움/오려두는 글

[시] 고요로의 초대 - 조정권

by LoveWish 2011. 3. 2.
  고요로의 초대

조정권


  잔디는 그냥 밟고 마당으로 들어오세요 열쇠는 현관문 손잡이 위쪽
  담쟁이넝쿨로 덮인 돌벽 틈새를 더듬어 보시구요 키를 꽂기 전 조그맣게 노크하셔야 합니다 적막이 옷매무새라도 고치고 마중 나올 수 있게
  대접할 만한 건 없지만 벽난로 옆을 보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장작이 보일 거예요 그 옆에는
  낡았지만 아주 오래된 흔들의자
  찬장에는 옛 그리그 문양 새겨진 그릇들
  달빛과 모기와 먼지들이 소찬을 벌인 지도 오래되었답니다
  방마다 문을, 커튼을, 창을 활짝 열어젖히고
  쉬세요 쉬세요 쉬세요 이 집에서는 바람에 날려 온 가랑잎도 손님이랍니다
  많은 집에 초대를 해 봤지만 나는
  문간에 서 있는 나를
  하인(下人)처럼 정중하게 마중 나가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그 무거운 머리는 이리 주시고요
  그 헐벗은 두 손도





오랜만에 시집을 한 권 샀다. 
표제작 시를 오려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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