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쓰기의 즐거움/순간적 통찰

긍정의 기록 둘, '이야기' 하는 인간되기.

by LoveWish 2008. 2. 20.
고등학교 때, 나?
감정들이 목구멍까지 차있던 아이 같아.
감수성은 풍부했는데, 그것들을 풀어내는 방법을 몰랐던 거지.

그때는 책을 미친 듯이 좋아하지도 않았고,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도 무척 서툴렀고,
가까이 있는 친구나 가족들에게 대화로 내 이야길 하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었지.

한마디로 '수다'가 부족한 아이였어.
나 고등학교 진학할 때, 오빠 대학 진학 때문에 관심 받지 못해서
죽도록 서러웠던 거, 그런 거 친구들한테 이야기할 수도 있는 건데.
좋아하는 남자 이야기 그런 거 친구들이랑 수다 떨고 그러면 되는 거였는데.
모든 고민은 나만의 것이라고 생각 했나 봐.

그러니, 가끔 목구멍이 터져 올라 표출하게 되는 감정들은
자연스러운 것들이 아니었어. 분노하고 소리 지르고 화내고...

이해받지 못할 것 같았어. 못 믿었던 걸까?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이해받을 필요도 없는 것들이었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스스로 덜 힘들게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방법을 몰랐던 거지.

하긴, 뭔가 슬픔 같은 게 '있어보이는 것'을 좀 즐기긴 했던 것 같아.
신비로울 것 같잖아. 지금 생각해보면 좀 웃기지만...

어쨌든 지금의 나는 다행스럽게도, '이야기' 할 줄 아는 인간이 되었어.
덕분에 더 깊이 들을 수도 있게 되었지.
꾹 다물고 감정을 목구멍까지 채우고 다녀서 늘 답답한 거보단, 이게 나아.
전처럼 감정을 부자연스럽게 표출하게 돼서 더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아니라,
이젠 감정에 있어서 조금은 더 자연스러운 인간이 된 거지.

지금도 답답할 일이 없는 건 아니지만, 한 번씩 뱉어냈다가 다시 채우면
내가 변화할 수도 있더라고.

헤헤. 적어보니, 나 참 잘했구나. 노력했구나.
칭찬해줘야지, 토닥토닥. 이런 게 긍정의 기록 아니겠어?

아... 그런데 신기하다 정말. 이제서야 보이네, 내가.
내 모습이 이렇게 떠오르네, 맞네, 나 그랬었네.

어른이 되는 거 어쩌면 참 괜찮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철들기 싫다고 생각했었는데,
변화하는 내 모습을 스스로 인지하고 인정할 수 있게 되는 게 어른이라면,
그것참 괜찮은 일이구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