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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의 즐거움/요즘 읽은 책

『삶은 기적이다』당신에게 삶은 어떤 의미인가요?

by LoveWish 2009. 2. 4.

당신이 살아 있다는 것은 기적입니다. 자, 말을 해보세요.
(리어왕 IV, vi, 55쪽)

책 첫 페이지에 나오는 글귀이다.
답답한 집을 벗어나 무작정 서점에 간 것은 원래 이 책을 사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나는 요즘 '잉여인간'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자주 떠올리고 있다.
내 모습을 잘 표현해주는 것 같아서 말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이전부터 해오던 것이지만
(2008/02/09 - [☆ 글쓰기의 즐거움/記 순간적 통찰] - 긍정의 기록 하나,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요즘은 다시 문득 '살아있음' 혹은 '살고있음' 혹은 '존재'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다.
지금처럼 중요한 시기를 게으른 느낌으로 보내고 있는 나를 질책하면서 말이다.

그러다가 문득, 『존재의 불행』이란 책이 읽고싶어 졌다.
존재의 불행 상세보기
이 책을 기대하고 교보에 간 거였는데, 재고가 없었다.
그대로 서점을 빠져나올 수는 없는 터,
오랜만에 무작정 철학책들이 꽂혀 있는 구석 서가로 들어가 마음에 드는 책을 찾기 시작했다.

오늘 내 마음에 들기 위해서는 1. 만 원이 넘지 않아야 할 것, 2. 얇고 가벼워야 할 것, 3. '존재의 불행'만큼 현재의 나의 구미를 당기는 것을 충족시켜야 했다. 그런 책이 나타나지 않아도 그만이라는 듯한 눈초리로 이 책 저 책을 살피다가, '삶은 기적이다'라고 적혀있는 책을 발견했다. 낯선 저자였지만, 녹색평론사에서 나온 책이라면 뭐, ok.

책을 사들고 '잉여인간'의 느낌으로 천천히 청계천으로 걸어가서 만만한 커피집에 들어가 앉았다.
다행스럽게도 무한정 하릴없는 잉여인간은 아니었기에, 친구를 기다리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한 장, 두 장 읽어나가면서 '오늘 책 선택 제대로 했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요즘 생각하고 있던 부분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더 나아가 자연에 대한 환원주의적 시각에 대한 위험성까지 일러주었다. 좋아 좋아, 알고싶던 부분이었어. 헤헷.


…… 삶을 경험한다는 것은 뭔가를 "알아내거나"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고통받는 것이며, 동시에 있는 그대로 삶을 기뻐하는 것이다. 고통받으면서, 또 있는 그대로 기뻐하면서 우리는 삶을 완전히 이해하지도 못하고, 이해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아가서 우리는 생명을 이해했다는 누군가의 주장에 의해 생명이 소유되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생명은 우리가 향유하는 것이지만, 우리 너머에 있다. …
pp. 18 ~ 19


'존재의 불행'을 찾으러 가, '삶은 기적이다'를 만나게 되는 삶도 기적같지 않나요?
오늘의 나는 어떠어떠 해야 한다고 규정지어 삶을 축소시키는 것보다 퍽 재미있잖아요.
(책의 앞부분에 비스무리한 이야기가 나와요.)

책은 아직 30페이지까지밖에 못 읽었지만, 오늘 하루 이 책으로 무척 행복했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내용에 대해 좀 더 깊이있게 이야기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책 다 읽으면, 존재의 불행도 다시 찾아봐야겠어요. '')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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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기적이다 - 10점
웬델 베리 지음, 박경미 옮김/녹색평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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