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고향집에 내려와 콧물을 풀어대며 뒹굴거리고 있다가 침대 머리맡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대게 한국의 미에 대해 설명하는 이런 책은 읽기 시작해도 끝을 보기 어려울 것 같았으므로 단순히 책 자체에 대한 호기심으로 별 기대없이 첫 장을 읽기 시작했다.
기대없이 시작한 책은 새해에 처음으로 완독한 책이 되었다. 그림을 보는 방법이라든가, 서양미술사라든가 관심이 생겨서 서양미술과 관련된 책을 몇 권 읽은 적은 있었지만, 국내 미술을 다룬 책을 이렇게 읽은 건 처음이지 싶다.
어렵고 지겨운 책을 꾸준하게 읽지는 못하는 편인데, 이 책은 아주 쉽고 재미있다. 나같은 문외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쏙쏙 설명해준다. 아마도 저자가 특강을 했던 내용을 책으로 옮겼기 때문에 구어체에서 오는 이야기 형식의 문장이라 더 쉬웠던 것 같다. 거기에다가 책의 편집도 그림을 봐가면서 설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되어 있어 더 좋다.
첫 째 이야기, 옛 그림 감상의 두 원칙에서 아래와 같은 많이 들어봤음직한 문장을 인용하여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면서 옛 그림 감상의 두 원칙(실제로는 세 원칙^^)을 설명한다. 옛 그림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1. 작품 대각선의 1 내지 1.5배 거리를 두고 2.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또 오른편 위에서 왼편 아래로 쓸어내리듯이 3. 마음을 열고 찬찬히 바라보는 것이라고 한다.
知之者不如好之者好之者不如樂之者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그에 대한 설명을 여러 작품들을 통해서 쉽게 설명해주어 알도록 그리고 좋아지도록 그래서 즐길수 있도록 도와준다.
둘째 이야기에서는 옛 그림에 담긴 선인들의 마음(자연의 음양오행에 기초한 우주관, 인생관)을, 셋째 이야기에서는 옛 그림으로 설펴본 조선의 역사와 문화(아름답고 진실한 조선의 마음)을 그림을 통해서 알아볼 수 있다.
저자의 다른 책(오주석이 사랑한 우리그림, 오주석의 옛그림 읽기의 즐거움 1, 2, 그림 속에 노닐다, 단원 김홍도, 이인문의 강산무진도)들도 재미있을거란 기대감이 생긴다. 기회가 되는대로 하나씩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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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연히(?) 좋은 책을 만나 읽게되는 시간은 정말 행복하다. 올해도 언제 어디에서라도 종종 좋은 책을 만나 행복해질 수 있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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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 일색의 그림판에서(?) 우리 옛그림을 좀 더 친근하게 알고 싶으신 분들께, 이 책 또는 오주석의 다른 책이 무척 좋을 길잡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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