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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의 즐거움/요즘 읽은 책

오늘 만진 책, 그리고 『아홉 번째 집 두 번째 대문』

by LoveWish 2010. 4. 10.

토요일이다. 원래 바람은 햇살 드는 창가에서 광합성 하며 책을 읽는 것이었지만, 날씨가 흐린 관계로 이불을 뒬뒬 감고 책을 읽었다. (날씨가 좋았어도 방바닥에 붙어 있었을 것 같긴 하다.) 



느지막하게 일어나(라고는 해도 충분히 잔 기분인데 10시도 안되어 있었다.), 신문을 건성으로 넘기다가 북 섹션에서 재미있어 보이는 책 두 권을 오려놓고 대충 배를 채우고 뒹굴었다. 뒹굴다가 문득 책장에 꽂혀 있던 '사케' 책을 꺼내서 이 내용 저 내용을 가늠하다가, 다음에 사케를 한 병 사놔야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다시 덮었다. 내 방에서 뒹구는 것이 지겨워질 무렵, 오빠 방으로 기어가 책장 옆에서 또 뒹굴었다. 별 생각 없이 이 책 저 책을 헤집다가 '인권의 풍경'을 읽기 시작했다. 앞부분의 몇 꼭지를 재미있게 읽다가 문득 어제 주문한 책이 생각났다. 역시나 책이 도착해 있었다. (요즘 인터넷 서점 정말 빠르다!) (덕분에 인권의 풍경은 다음에 마저 읽기로...) '아홉 번째 집 두 번째 대문'을 읽기 시작했다. 소설치고는 두꺼운 편이었는데, 가독성이 좋아 생각보다 빨리 읽어버렸고, 책을 다 읽었을 때 내가 있던 자리의 풍경은 위 사진처럼 되어 있었다. 방바닥에 붙어서 취할 수 있는 가장 편한 자세를 하고 책들을 깔아놓고 마음 편하게 시간을 보낸 게 얼마 만인가! 하악하악 ㅜㅜ  


 

책의 1/3 정도를 읽었을 때 문득 작가의 말이 읽고 싶어 뒷장을 펼쳤다. 길지 않은 작가의 말에 그만 눈시울이 붉어졌다. 책을 마저 읽다 보니 작가의 말에 있던 '사람은 충분히 사랑하지 못해서 외롭다'라는 문장과 작가와 작가 아내의 모습이 보였다. (우유를 유우라고 써놓은 곳과 모음 하나가 잘못된 곳, 오자 두 군데도 보였다ㅋㅋ.)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저녁에 약속 시간까지 마저 읽을 수 없을 줄 알았는데, 다 읽고 블로그에 포스팅할 시간까지 여유가 되었다. 오늘 저녁, 이 책을 읽지 않았을 나와,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나는 꽤 다른 사람이겠지. 책에는 그런 힘이 무한히 들어있는 것 같다. 나는 그걸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고. 

얼마 전에 '책의 읽지 않으면 나의 상태는 악화된다'라고 했던 것처럼, 정말 나의 상태는 안 좋아지고 있었던 것 같다. 아무리 음악을 듣고 사진을 찍어도 책으로부터 얻는 충만함을 완전히 채워주고 있진 못했던 것 같다. 오늘 다시 이 책 저 책을 만지면서 에너지가 충전된 것 같다. 뭐, 한동안 또 책을 읽지 않아도 좋다. 왜냐하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다시 책을 찾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슬슬 나갈 준비를 해야지. 상콤하게. 



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임영태 지음/뿔(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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