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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의 즐거움/책 관련 이야기

동대문 낭만시장展 첫 테마 '책방'에 다녀오다.

by LoveWish 2010. 4. 26.

지난 목요일은 '문헌분류법'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마무리 짓진 못한 과제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는데, 교수님께서 갑자기 '오늘은 필드 트립을 가볼까?'라는 제안을 하셨다. '네네네네! 좋아요 좋아요'를 백 번 외치고 늦은 오후에 가벼운 마음으로 동대문으로 향했다. 



"그런데 동대문에 책 관련된 전시가 뭐가 있어요?"

교수님께서 친히 스크랩한 기사까지 복사해 나눠주셨다. "아이 손잡고 '동대문 歷史' 구경해 볼까?"라는 기사(2010.04.19. 조선일보)였다. 이번 전시 관련 부분을 옮겨보면 아래와 같다. 

(전략)

전시의 첫 테마인 '책방'에서는 1970년대 이전 번성했던 동대문 헌책방을 재현해 문학에서 묘사되는 일상생활의 모습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헌책방 하면 대개 청계천을 떠올리지만 동대문이 원조다. 한때 40~50곳에 이르던 동대문 헌책방은 1970년대 도심 재개발로 문을 닫기 시작해 지하철이 개통되면서 모두 없어졌다. 이곳에 있던 헌책방은 인근 청계천으로 자리를 옮겨 헌책방 거리를 형성했다.

전시회에는 까까머리 교복을 입은 남학생과 양장을 입은 신여성이 등장하는 '츈몽의 꽃'(1932년)을 비롯 '홍도야 울지마라'(1946년),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1952년) 등 육전소설 30여권이 선보인다. 이광수의 '설산과 나', 김소월의 '기분 전환', 윤동주의 '돌아와 보는 밤' 등 친필 원고에서는 작가들의 채취를 느낄 수 있다. 송유림 작가는 육전소설 표지에서 영감을 받아 잊혀가는 우리 문학의 한 부분을 자수와 그림을 통해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후략)


고서 수집이 취미이시고(취미라고 표현하기엔 부족하지만), 헌책방과 새책방 등 책과 문화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아하시는, 서지학 교수님께는 저 기사를 보신 이상 안 갈 수 없으셨을 것이다. 

동대문에 도착해보고 깜짝 놀랐다. 동대문운동장(풍물시장)을 헐고 공사를 하는 줄은 알았지만, 한쪽 부분에 벌써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이 조성(2009년 10월 27일 개장)되어 있는 줄은 몰랐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은 이벤트홀, 카페, 동대문운동장기념관, 동대문역사관, 디자인갤러리, 동대문유구전시장, 야외공연장, 서울성곽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찾아간 '낭만시장'은 그 중 디자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었다. 디자인갤러리에 가기 전에 이벤트홀, 동대문역사관 등을 둘러보았는데, 첨단 시설로 신경 써서 꾸며놨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평일 오후여서 그런지 시설에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오세훈 시장의 '디자인 서울' 추진이 어떤 것인지도 어렴풋이 느껴졌다. 돈 많이 들였겠구나 싶었다. -_ -) 




다른 전시관이 화려하고 넓었던 것을 미리 봐서 그런 지, 낭만시장展 '책방'을 보기 위해 디자인갤러리에 도착했을 때 그 규모에 실망하고 말았다. 예쁘게 잘 꾸며두긴 했는데 그냥 전시를 위한 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규모뿐만 아니라 전시의 질에 있어서도 아쉬움이 컸다. '책방' 컨셉에 '소반'이 포함되어 있는 것 하며, 작가들의 친필 원고에 그냥 컬러 복제본만 가득했던 것 하며(복제된 자료라는 설명도 없었다.), 전시된 딱지본에 대한 영인본을 판매 목적으로 만들어 두고도 실제로 구매할 수 없었던 부분까지... 겉은 화려했으나 컨텐츠는 미흡했다. 오히려 신문 기사의 내용이 더 그럴 듯하게 느껴졌다. 


전시된 자료들이 장충동에 있는 '한국현대문학관'에서 가져온 것임을 알 수 있었는데, 이 곳 전시에 아쉬움이 컸던 우리는 한국현대문학관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한국현대문학관에서 우리나라 현대 문인들의 작품과 책을, 교수님의 애착이 깃든 설명과 함께 한참을 구경했다. 나의 교양과 지식이 얼마나 부족한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사서라면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을 두고 그것을 품을 수 있어야 함을 늘 강조하셨기에 이런 현장학습이 더 의미 있게 느껴졌다. 또 사서는 책 관련 행사를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하니까, 오늘 나들이를 통해서 느낀 전시에 대한 문제점을 잘 새겨둘 필요가 있음을 알았다. 

구경을 마친 후 이태원으로 이동해 맛있는 저녁을 먹고, 산책을 했다. 서울에 산 지 꽤 되었음에도 이태원은 낯설기만 한 동네였는데, 교수님께서 친히 이태원의 이쪽과 저쪽, 이런 가게와 저런 가게를 다양하게 설명해 주셔서 좀 더 알게 되었다. 여러모로 다양한 문화적인 체험을 한 날이었다.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대를 두루 아우르면서 문화적 교양을 쌓으신 교수님이 더욱 멋지게 느껴진 날이었다! 

낭만시장展 '책방'에 대해서는 좀 비판적인 감상을 적긴 했지만, 동대문역사문화공원 그 자체는 가볼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 좋은 날, 동대문 가서 옷 사고 산책하고 쉬어가면서 구경까지 하면 데이트 코스로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무슨 '삘'을 받아서 시키지도 않은 관람 후기를 이렇게 길게 적었는지 모르겠다. 이게 다 카메라 효과인 것 같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과 전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서울디자인재단 홈페이지를 링크하는 것으로 글을 마친다. 

전시 관련 정보는 서울디자인재단 http://www.seouldesign.or.kr/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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