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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의 즐거움/조금 긴 소개

오랜만에 만난 재미있는 소설, 『악기들의 도서관』

by LoveWish 2008. 5. 18.

있었던 약속마저 취소해야할 만큼 답답한 과제가 있었는데도 너무 하기 싫어서 컴터만 켜놓고 하다 말다를 반복, 그러다가 빌려둔 소설책이 눈이 확 뛰었다. 김중혁 소설집, 『악기들의 도서관』이다. 오늘같은 날 정말 잘 골라잡은 책이랄까? 헤헷. 오랜만에 재미읽에 이야기를 읽었다. (덕분에 하루종일 붙잡고 있었던 과제는 아직도 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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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악기'와 '음악'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책 뒷부분의 해설에선 'DJ 소설가의 탄생'이라고도 평론 제목이 붙어있다. 들어있는 이야기는 총 8편이다. 그리고 책 뒷부분에 이렇게 깜찍한 그림으로 '작가의 말'이 들어가있다. 센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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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된 작품은 자동피아노, 매뉴얼 제너레이션, 비닐광 시대, 악기들의 도서관, 유리방패, 나와 B, 무방향 버스, 엇박자 D 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악기들의 도서관'이 가장 좋았다. '아무것도 아닌 채로 죽는다는 건 억울하다'를 되내이며 그무엇이 될 아무것을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긴 채 만들어나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술을 마시기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난 후 할인매장에서 악기점을 지나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도 나는 방 한구석에서 매일 밤 포도주의 코르크 마개를 따고 만취한 상태로 잠이 드는 생활을 반복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생활이 잘못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모든 것이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고 때문이 그 문장이 떠올랐고, 그 문장 때문에 술을 마시게 됐고, 술 때문에 악기점을 발견한 것이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이 한 줄로 연결되는 순간, 삶이 바뀐다. 그 줄을 길게 늘인 것이 한 인간의 삶이 아닐까.
나는 어떤 순간이 닥쳐와야 '아무것도 아닌 채로 죽는다는 건 억울하다'라는 생각을 하게될까. 절박함이 생길까. 또 2008년 김유정 문학상 수상작인 '엇박자 D'도 따뜻한 이야기였다. 나도 살짝 엇박인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여러 다른 엇박들이 모여서 조화로운 화음이 만들어지면 참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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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이야기에서 느껴졌지만, 음악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와, '다름'을 대하는 작가의 방법이 좋았다. 여러 장르가 믹스된 '음악 소설'을 한 편 읽었다. 다른 작품도 기대된다. 호옷.


악기들의 도서관 - 10점
김중혁 지음/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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