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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김영승의 반성 16, 문학과 소주? 반성 16 - 김영승 - 술에 취하여 나는 수첩에다가 뭐라고 써 놓았다. 술이 깨니까 나는 그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세 병쯤 소주를 마시니까 다시는 술마시지 말자 고 써 있는 그 글씨가 보였다. 처음 이 시를 접하고, 정말 멋진 시라고 생각했다. 나 요즘은 매화수도 달게 느껴져서 걍 소주가 좋다. 그만큼 술 마실 일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진은 종로 실내포차. 완전 소중한 장소. 그러고 보니 내가 전에 '문학과 소주'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둔게 있었다. ㅋㅋㅋㅋ 그것도 함께 포스팅 해본다. 나에게 문학은 이야기다. 나에게 소주는 이야기다. 문학과 소주는 다른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스스로 미처 알지 못했던 내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살다보면 생활에 컨텐츠-이야기-가 부족함을 느낄.. 2008. 2. 24.
[산문] 평화 없는 사랑 or 사랑 없는 평화 『문학의 숲을 거닐다』장영희 문학 에세이 中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쓴 보마르셰는 묻는다. "사랑과 평화가 한 가슴속에 공존할 수 있는가? 청춘이 행복하지만은 않은 것은 이 끔찍한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화 없는 사랑, 사랑 없는 평화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나는 네가 사랑 없는 평화보다는 평화가 없어도 사랑하는 삶을 선택해 주기를 바란다. 새뮤얼 버틀러가 말한 것처럼 "살아가는 일으 결국 사랑하는 일"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헨리 제임스는 "한껏 살아야 한다. 그렇게 살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라고 말한다. 알베르 카뮈는 더 나아가서 "눈물 날 정도로 혼신을 다해 살아라!"고 충고한다. 《정글북》의 작가 러디야드 키플링은 "네가 세상을 보고 미소 지으면 세상은 너를 보고 함박웃음 짓고, 네가 .. 2008. 2. 24.
[시] 칼과 칸나꽃 칼과 칸나꽃 최정례 너는 칼자루를 쥐었고 그래 나는 재빨리 목을 들이민다 칼자루를 쥔 것은 내가 아닌 너이므로 휘두르는 칼날을 바라봐야 하는 것은 네가 아닌 나이므로 너와 나 이야기의 끝장에 마침 막 지고 있는 칸나꽃이 있다 문을 걸어 잠그고 슬퍼하자 실컷 첫날은 슬프고 둘째 날도 슬프고 셋째 날 또한 슬플 테지만 슬픔의 첫째 날이 슬픔의 둘째 날에게 가 무너지고 슬픔의 둘째 날이 슬픔의 셋째 날에게 가 무너지고 슬픔의 셋째 날이 다시 쓰러지는 걸 슬픔의 넷째 날이 되어 바라보자 상갓집의 국숫발은 불어터지고 화투장의 사슴은 뛴다 울던 사람은 통곡을 멈추고 국숫발을 빤다 오래 가지 못하는 슬픔을 위하여 끝까지 쓰러지자 슬픔이 칸나꽃에게로 가 무너지는 걸 바라보자 저항할 수 없는 칼자루 앞에 그냥 몸이 맡겨.. 2008. 2. 23.
『책만 보는 바보』看書痴 이덕무를 아시나요? 김남일씨가 쓴 冊이라는 책을 읽다가 이덕무를 알게 되었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슬픔이 밀려와 사방을 둘러봐도 막막하기만 할 때에는 그저 땅을 뚫고 들어가고 싶을 뿐, 살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나에게는 두 눈이 있고 글자를 알기에 한 권의 책을들고 마음을 위로하면, 잠시 뒤에는 억눌리고 무너졌던 마음이 조금 진정된다." "흰 좀벌레 한 마리가 나의 이소경離騷經에서 추국秋菊, 목란木蘭, 강리江籬, 게거揭車 등의 글자를 갉아먹었다. 처음에는 너무 화가 나서 잡아죽이려 했는데, 조금 지나자 그 벌레가 향기로운 풀만 갉아먹은 것이 기특하게 여겨졌다." 이덕무, 『책에 미친 바보』, 권정원 옮김, 미다스북스, 2004. 읽고 있던 책의 저 문장에서도 풀 향이 날 것만 같았다. 문.. 2008. 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