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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즐거움/오려두는 글23

[문장] 언어에 대한 신뢰 "인간의 의식, 즉 한 개인의 회상과 그것을 표현하는 말들에 비하여 이 우주는 얼마나 작고도(…) 하찮고 미약한가!" 라고 「롤리타」의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말했다. (『말하라, 기억이여』p.25) 아직 이 책을 읽진 않았지만, 소개글을 읽다가 문장이 마음에 들어서 오려둔다. 한 때 나는 언어의 한계와 언어의 가능성에 대해서 고민을 했다. (나름 진지하게-_ㅋ) 한없이 크게만 느껴지는 복잡한 세상과 내면세계를 표현하기에 나의 언어가 부족하게만 느껴졌을 때 언어의 한계를 고민헀고, 간단하게라도 기록하지 않았더라면 금방 잊혀졌을 기억들이 문장 하나를 통해 풍부하게 살아나는 걸 느꼈을 때 언어의 가능성을 알았던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까지 언어를 신뢰할 생각은 감히 못해봤었는데, 저 문장을 읽고나.. 2008. 3. 4.
[시] 김영승의 반성 16, 문학과 소주? 반성 16 - 김영승 - 술에 취하여 나는 수첩에다가 뭐라고 써 놓았다. 술이 깨니까 나는 그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세 병쯤 소주를 마시니까 다시는 술마시지 말자 고 써 있는 그 글씨가 보였다. 처음 이 시를 접하고, 정말 멋진 시라고 생각했다. 나 요즘은 매화수도 달게 느껴져서 걍 소주가 좋다. 그만큼 술 마실 일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진은 종로 실내포차. 완전 소중한 장소. 그러고 보니 내가 전에 '문학과 소주'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둔게 있었다. ㅋㅋㅋㅋ 그것도 함께 포스팅 해본다. 나에게 문학은 이야기다. 나에게 소주는 이야기다. 문학과 소주는 다른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스스로 미처 알지 못했던 내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살다보면 생활에 컨텐츠-이야기-가 부족함을 느낄.. 2008. 2. 24.
[산문] 평화 없는 사랑 or 사랑 없는 평화 『문학의 숲을 거닐다』장영희 문학 에세이 中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쓴 보마르셰는 묻는다. "사랑과 평화가 한 가슴속에 공존할 수 있는가? 청춘이 행복하지만은 않은 것은 이 끔찍한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화 없는 사랑, 사랑 없는 평화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나는 네가 사랑 없는 평화보다는 평화가 없어도 사랑하는 삶을 선택해 주기를 바란다. 새뮤얼 버틀러가 말한 것처럼 "살아가는 일으 결국 사랑하는 일"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헨리 제임스는 "한껏 살아야 한다. 그렇게 살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라고 말한다. 알베르 카뮈는 더 나아가서 "눈물 날 정도로 혼신을 다해 살아라!"고 충고한다. 《정글북》의 작가 러디야드 키플링은 "네가 세상을 보고 미소 지으면 세상은 너를 보고 함박웃음 짓고, 네가 .. 2008. 2. 24.
[시] 칼과 칸나꽃 칼과 칸나꽃 최정례 너는 칼자루를 쥐었고 그래 나는 재빨리 목을 들이민다 칼자루를 쥔 것은 내가 아닌 너이므로 휘두르는 칼날을 바라봐야 하는 것은 네가 아닌 나이므로 너와 나 이야기의 끝장에 마침 막 지고 있는 칸나꽃이 있다 문을 걸어 잠그고 슬퍼하자 실컷 첫날은 슬프고 둘째 날도 슬프고 셋째 날 또한 슬플 테지만 슬픔의 첫째 날이 슬픔의 둘째 날에게 가 무너지고 슬픔의 둘째 날이 슬픔의 셋째 날에게 가 무너지고 슬픔의 셋째 날이 다시 쓰러지는 걸 슬픔의 넷째 날이 되어 바라보자 상갓집의 국숫발은 불어터지고 화투장의 사슴은 뛴다 울던 사람은 통곡을 멈추고 국숫발을 빤다 오래 가지 못하는 슬픔을 위하여 끝까지 쓰러지자 슬픔이 칸나꽃에게로 가 무너지는 걸 바라보자 저항할 수 없는 칼자루 앞에 그냥 몸이 맡겨.. 2008. 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