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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즐거움/오려두는 글23

[시] 지하철에 눈이 내린다 지하철에 눈이 내린다 윤제림 강을 건너느라 지하철이 지상으로 올라섰을 때 말없이 앉아 있던 아줌마 하나가 동행의 옆구리를 찌르며 말한다 눈 온다 옆자리의 노인이 반쯤 감은 눈으로 앉아 있던 손자를 흔들며 손가락 마디 하나가 없는 손으로 차창 밖을 가리킨다 눈 온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서 있던 젊은 남녀가 얼굴을 마주 본다 눈 온다 만화책을 읽고 앉았던 빨간 머리 계집애가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든다 눈 온다 한강에 눈이 내린다. 지하철에 눈이 내린다. 지하철이 가끔씩 지상으로 올라서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내리는 눈을 발견했을 때의 따뜻한 행복감이 시에서 느껴진다. 나도, '눈 온다'라고 행복을 나누는 말 한 마디를 하고싶다. 눈 내리는 날 한강을 건너는 지하철을 타는 것도 괜찮겠구나. 2007년 겨울인 듯.. 2009. 11. 17.
[산문] 책이 나를 품어주었다. 책이 나를 품어주었다. (김점선) 나는 아주 성질이 나쁜, 항상 불만에 찬 아이였다. 맘에 차지 않으면 먹지도 입지도 않았다. 어른들이 아무리 잘해주어도 고마워하기는커녕 불평을 해대는 그런 아이였다. 어디서든 만족을 찾지 못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달라졌다. 성격이 확 바뀌었다. 조용해졌다. 사람들에게 무엇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책만 읽었다. 인생살이를 포기한 듯이 보였다. 상상의 세계로 얼이 다 날아간 듯이 보였다. 그것이 열두어 살 적 일이었다. 사춘기를 지나 질풍노도의 청춘을 넘기면서 감정처리를 완전히 책에 의존했다. 자기가 자신을 가누지 못한다고 느낄 땐 무조건 책을 펴고 그속으로 들어갔다. 그것도 맨 첫 장부터 읽는 것도 아니었다. 잡히는 대로 책을 집고는 아무 데나 펴서 읽기 시작했다... 2009. 6. 14.
[시]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 너의 하늘을 보아 박노해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가 꽃피워 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의 하늘처럼 바라보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 겨울 밤하늘 본 적 있으세요? ^^ 차가운 공기 때문인지, 하늘도 청량하게 느껴진답니다. 별도 달도 더욱 반짝거리구요. 전 요즘 밤하늘이 좋아요. (서울 밤하늘에 뭐가 보이냐구요? 별은 없어도, 달이 별보다 반짝거린답니다. 뭐, 서울은 하늘에서 떨어진 별이 야경이 되어주잖아요~ 청운동 고개에서 야경 구경하면 짱인데!.. 2008. 12. 3.
[문장] 생각의 오류 전에 '보르헤스'에 관련된 포스팅을 하면서, 머리를 툭 치는 문장이 있어서 발췌해 둔 것이 있었다. 2008/05/07 - [★ 책읽기의 즐거움/冊 상세 소개] - 『보르헤스에게 가는 길』에서, 보르헤스를 만나다! 갖는다는 것 : 쇼펜하우어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없지만,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분명히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가령, 어금니 통증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한다. 사랑받지 못하는 것과 병에 걸리는 것은 어금니 통증의 또 다른 형태이다. 보르헤스에게 가는 길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강수정 옮김/산책자 어금니 통증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한다. 그랬다. 만약.. 2008. 1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