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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즐거움/오려두는 글23

[시] 박찬 유고 시집, 『외로운 식량』 외로운 식량 이슬만 먹고 산다 하데요 꿈만 먹고 산다 하데요 그러나 그는 밥을 먹고 살지요 때로는 술로 살아가지요 외로움을 먹고 살기도 하지요 외로움은 그의 식량, 사실은 외로움만 먹고 살아가지요 외로움은 그의 식량이지요 그리운 잠 2 서산에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는 일은 쓸슬하다 하루 일을 마치고 일터를 나서는 일은 쓸쓸하다 뒤늦게 떠오르는 하현달을 보는 일은 쓸쓸하다 먼 산을, 먼 하늘을 응시하는 눈이 참 슬쓸하다 길게 그림자 드리워지는 뒷모습이 참 쓸쓸하다 그런 모습들을 바라보는 일이 참으로 쓸쓸하다 쓸쓸한 발걸음의 끝에 오는 잠이여 편안하여라 쓸쓸한 시선의 끝에 쏟아지는 잠아 편안하여라 오십줄 이러다 합죽이가 되겠다. 지난 세월 너무 옹다물고 살다보니 어금니에서부터 하나씩 뽑아낸 것이 이제는 오물거.. 2008. 4. 28.
[문장] 역사의 진보를 믿는 자에게 낙관은 숙명이라고. 한겨레 신문 2008년 4월 12일 토요일, 김흥숙 시인의 삶의 창 '젊은이의 편지'에서 발췌 [전략] 편지는 거기서 끝났지만 행간에 배인 한숨이 가슴을 답답하게 해, 여러 번 심호흡을 한 후에야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 모든 문제는 답을 품고 있으며 그대 같은 이가 있는 한 희망이 있다고, 언제 어디서나 그 여인을 발견한 눈과 이 편지를 쓰게 한 마음을 잃지 말라고, 책을 읽으라고,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는 데 독서보다 좋은 처방은 없다고, 비관은 보수주의자들의 것이라는 미셸 투르니에의 말을 기억하고 "인간의 무한한 완결 가능성과 즐거운 미래"를 믿으라고, 역사의 진보를 믿는 자에게 낙관은 숙명이라고. 문제 안의 답 희망 마음 독서 진보 낙관 2008. 4. 20.
[시] 꽃이 그녀를 흔들다 땅이 미치지 않고 어찌, 꽃을 피울 수 있겠는가 여자의 몸에서 올라오는 광기는 여자의 몸에서 올라오는 꽃과 같다 광기가 꽃을 피게 한다 이것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산 땅 속에 억눌린 채 숨어 있던 영혼의 열림 바로 개화다 여자가 미치지 않고 어찌, 노래를 하고, 춤을 추겠는가 보라, 저 여자가 노래하고 춤춘다 『미친년 프로젝트』의 김혜순 詩 「꽃이 그녀를 흔들다」전문 보라, 김 시내가 노래하고 춤춘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이 시를 읽고는 꼭 미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김혜순 시인은 언제쯤 한 번 만나 볼 수 있을까? 2008. 3. 17.
[시] 눈물은 왜 짠가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 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운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 2008.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