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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책 읽는 남자 책 읽는 남자 윤예영 책 읽는 남자를 사랑했다. 공원 벤치의 소란스러움 속에서 책을 읽는 남자, 책을 읽다 가끔씩 책 속에 숨어버리던 남자, 책 속에 들어가 오렌지 껍질을 벗기며 다시 책을 읽는 남자, 가끔씩 나를 읽던 남자, 내 입술에 담뱃재를 떨어뜨리던 남자, 내 가슴에 밑줄을 긋던 남자, 내 안에 책갈피를 끼워두던 남자, 가끔씩 나를 접어버리던 남자, 그러나 이제는 먼지 쌓인 책꽂이 한켠에 꽂힌 남자. 헌책방에 치워버릴 수도 없는 남자. 그 남자는 책을 읽었다. 그래서 나는 책이 되고싶었다. 그러나 그 남자가 책이 되었다. 하하. 이제 그만 치워버릴까? 2008. 5. 16.
김연수 따라 만난 사람, 『그리스인 조르바』멋쟁이♡ 김연수 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출간 기념 이벤트에(아마도?) 막내이모가 당첨 되서, 나의 오빠 김연수가 그 자리에 함께 갔었다. 그 때 『읽GO 듣GO 달린다』를 받아왔다. (이 책은 비매품 한정으로,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살 때 한동안 함께 준걸로 알고있다.) 김연수의 소소한 에세이가 무척 흥미로웠는데, 난 특히 [읽는다] 부분의 '조르바, 삶의 예술가에 대해서'라는 짧은 글에 낚였다, '잘'. 당시에 단조로운 생활에 지겨워 하고 있던 나는, 결국 『그리스인 조르바』를 다 읽고 나면 당장 책을 집어던지고 밖으로 뛰쳐나가 세상의 모든 것을 처음인 듯 바라보고 듣고 냄새맡게 만든다. 이런 책이 어디 있을까? 라는 김연수의 문장에 눈이 뒤집혀, '바로 이거야' 하며 『그리스인 조르바』를.. 2008. 5. 13.
『보르헤스에게 가는 길』에서, 보르헤스를 만나다! 내가 처음 보르헤스를 알게 된 것이, 진중권 글을 통해서였던가. 김연수 소설을 통서 였던가. 김영하 였던가. 아니면 그들 모두의 영향인가. 어쨌든 당시에 보르헤스 책을 읽어볼까 하고, yes24에서 검색을 하다가 전집이 별로 비싸지 않길래 샀다. 사뒀다. 하지만, 먼놈의 소설이 그렇게 복잡하고 어려운지, 2권 픽션들의 '바벨의 도서관'만 읽은 채, 여전히 새것인 상태로 책장에 꽂혀 있다. 그러다가 도서관에서 『보르헤스에게 가는 길』 이라는 책을 발견했고, 바로 집어들었다. '오호, 보르헤스가 눈이 멀었을 때 그에게 책을 읽어줬던 사람 중 한 명이 당시를 회고한 책을 냈다더니, 이것이로구나.' 몇 년 동안,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1964년부터 1968년까지 나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에게 책을 읽어준 많은 .. 2008. 5. 7.
이야기로 보는 도서관이라는 장소에 대한 상상과 고찰 도서관이라는 물리적인 장소에 대한 상상을 잘 표현한 이로 단연 보르헤스를 꼽을 수 있다. 보르헤스 전집 2번째 권 픽션들 안에 있는 '바벨의 도서관'이 그렇다. (이 '바벨의 도서관'은 움베르토 에코를 비롯해, 우리나라의 많은 작가들에게도 영감을 줬다.) 픽션들(보르헤스전집 2) 상세보기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 민음사 펴냄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현대 소설의 아버지라 불리는 헨리 제임스처럼 거의 정규적인 교육과는 거리가 먼 성장기를 보냈다. 대신 그는 역시 헨리 제임스와 마찬가지로 영국계인 외할머니와 가정교사인 팅크 양으로부터 영어를 배우는 등 이에 영향을 받은 움베르토 에코의 도서관에 대한 상상력과 고찰 또한 뛰어나다. 그것이 잘 드러나 있는 책은, 에코의 즐거운 상상 시리즈 안에 들어있다... 2008. 5.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