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173 [시] 지하철에 눈이 내린다 지하철에 눈이 내린다 윤제림 강을 건너느라 지하철이 지상으로 올라섰을 때 말없이 앉아 있던 아줌마 하나가 동행의 옆구리를 찌르며 말한다 눈 온다 옆자리의 노인이 반쯤 감은 눈으로 앉아 있던 손자를 흔들며 손가락 마디 하나가 없는 손으로 차창 밖을 가리킨다 눈 온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서 있던 젊은 남녀가 얼굴을 마주 본다 눈 온다 만화책을 읽고 앉았던 빨간 머리 계집애가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든다 눈 온다 한강에 눈이 내린다. 지하철에 눈이 내린다. 지하철이 가끔씩 지상으로 올라서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내리는 눈을 발견했을 때의 따뜻한 행복감이 시에서 느껴진다. 나도, '눈 온다'라고 행복을 나누는 말 한 마디를 하고싶다. 눈 내리는 날 한강을 건너는 지하철을 타는 것도 괜찮겠구나. 2007년 겨울인 듯.. 2009. 11. 17. 견디기 힘든 존재의 무거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견디기 힘든 존재의 무거움 밀란 쿤테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패러디 해봤다. 무거움과 가벼움의 양면성을 이야기 하는 소설인데, 요즘들어 다시 읽고싶다. 나라는 사람은 저 두 가지 중 후자에 가까울 것이다. 삶의 무게가 무겁다. 내 환경에서는 무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겁게 행동했다. 무거움에서 나오는 진지함이 날, 타인에게 공격적이게도 하고, 재미없게도 했다. 여전히 난 무겁다. 그러나 소통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날 변화하게 만들었다. 가벼움으로 변했기 보다는, 무거움을 무거움으로만 표현하지는 않도록, 표현의 방법을 다양하게 할 수 있었다.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유머와 센스, 그리고 웃음은 아주 중요하다. 여전히 날 지배하는 건.. 2009. 11. 5. 안식 절박한 심정이 되면 기어이 책을 펼치고야 마는 것이다. "우리는 그 이상의 관심을 다른 것들에 투자하고 있는 거 아니겠어?"라는 요지의 천금 같은 한 마디를 해주는 친구가 옆에 있어 행복한 사람이다, 나는. 집으로 가는 길에 홀린 듯이 서점으로 들어가 3분 만에 책을 한 권 집어 나왔다. 어두운 길에서 책을 펼치니 빛이 쏟아진다.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쓴 보마르셰는 묻는다. "사랑과 평화가 한 가슴속에 공존할 수 있는가? 청춘이 행복하지만은 않은 것은 이 끔찍한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화 없는 사랑, 사랑 없는 평화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나는 네가 사랑 없는 평화보다는 평화가 없어도 사랑하는 삶을 선택해 주기를 바란다. 새뮤얼 버틀러가 말한 것처럼 "살아가는 일은 결국 사랑하는 일"인지도 .. 2009. 11. 1. 공부하는 사람으로 사는 것 정말 답이 안 나온다는 생각이 들 때나 현장에서 활발히 행동하며 돈을 버는 사람을 보면 어서 취업해서 일을 하고 싶다가도, 공부하는 사람들을 보면 지금 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분야를 학문적 목적으로 탐구한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이런 생각이 없었으면, 이런 매력을 느끼지 못했으면 부족한 능력에도 대학원에 진학하진 않았을 테지. 며칠 전, 학술대회에 가서 보니 그렇더라. 현장에서 나온 연구자의 논문이 아주 뜨겁게 더 호소력 있게 다가왔다. 나도 반드시 실력있는 사람이 되어 현장에 나가 일을 하면서 공부의 끈을 놓지 말아야지. 그리고 그것을 항상 표현해내고 소통 가능하도록 해야지, 그렇게 발전해야지. 당장 눈앞의 과제 하나 제대로 못 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래도 나,.. 2009. 10. 25.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44 다음